‘한 바퀴 17초대’ 정종진, 낙차 악재 딛고 9연승

입력 2018-06-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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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진.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경륜 50연승 대기록의 주인공 정종진(20 기, 31세, SS반)이 낙차 악재를 딛고 다시 질주하고 있다.


정종진은 4월8일 일요일 14경주에서 데뷔 후 세 번째 낙차를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더군다나 50연승 과정에서 오는 중압감과 피로누적이 상당했고, 최다연승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는 동안 경기 내용에 대해 우려를 보내는 시선도 있었다. 데뷔 초 전매특허이던 호쾌한 자력 승부를 어느 순간부터 던져버리고 상대를 이용하며 마크추입을 주로 구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권의 막강한 인맥도 신기록 달성을 폄하하는 원인이 됐다. 늘 유리한 대진표와 전개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였다. 이로 인해 ‘정종진 시대’가 저무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경륜황제 정종진의 아성이 흔들리자 그 파급력 또한 상당했다. 우선 수도권이 휘청거렸고 반대로 전통의 라이벌 창원, 김해 등 경남권은 그 위상이 높아졌다. 이현구, 성낙송, 박용범에 강호, 윤민우 같은 신진들의 가세로 날개를 단 경남권의 득세로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5월11일 벨로드롬에 복귀한 정종진은 순식간에 이 모든 우려를 날려버렸다. 더 성숙해지고 더 강해졌다. 경쟁자 최래선, 성낙송, 강호, 이현구 등을 연거푸 찍어 누르며 복귀 후 9연승으로 현 벨로드롬의 최강자임을 증명했다.


경기력도 놀랍다. 마크추입맨으로 굳어지는 듯한 이미지를 보란 듯이 날려버리며 시원한 자력 승부를 뽐냈다. 특히 5월12일 토요일 14경주에선 200미터를 10초70, 한바퀴 기록은 17초대라는 놀라운 기록을 선보였다. 마지막 200미터 10초대와 한바퀴 17초대는 경륜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꿈의 기록으로 불릴 만큼 보기 드문 시속이다. 또한 정종진은 철저하게 지역 선후배를 챙기는 모습으로 수도권을 결집시키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정종진의 이러한 힘의 원천은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관리 능력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승부의 중압감을 덜어내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기 집중력, 승부욕이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예상지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적잖은 마음 고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종진이 오히려 체력적으로도 더 강해진 것이 놀랍다”면서 “현재 정종진의 대항마로 꼽히는 성낙송의 추입위주의 단조로운 전법, 기대주인 최래선의 적응력이 생각보다 더디고, 주목받는 강호는 아직 경륜 자전거에 익숙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정종진의 독주는 더 이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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