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의 눈] 우리 색깔 낸 4-4-2, 진작 이렇게 했어야

입력 2018-06-24 1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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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은 24일(한국시간) 멕시코 전에서 예상대로 4-4-2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4-4-2는 신태용 감독 부임 후 우리가 주로 해왔던 포메이션이다. 결과론이지만, 스웨덴 전부터 이렇게 우리 축구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스웨덴 전에서는 상대를 의식한 나머지 4-3-3을 했는데,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보니 선수들의 특징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멕시코전에서는 달랐다. 아쉽게 패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스웨덴전보다 훨씬 나았고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했다.


최전방에 손흥민, 이재성을 세우고 양 날개로 황희찬과 문선민을 세웠다. 공격진영 구성에서부터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할지가 나왔다. 상대방보다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면서 역습을 노리고 수비에서도 전방부터 압박을 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선수기용이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문선민은 월드컵 경험이 없는 선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처음 A대표팀에 발탁됐다. 큰 대회에서의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가장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경기에 출전시킨다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선수가 누구냐는 것 보다는 할 수 있는 역할에 중점을 둔 투입이 아니었을까 싶다. 문선민은 역습 시 1대1 상황에서는 플레이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압박을 통해 상대의 공을 뺐고 역습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몫을 다했다. 신태용 감독이 원한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한 것 같다.


미드필더 진영의 움직임이 살아나면서 우리에게도 공격기회가 많이 왔다. 공격이 정체됐던 스웨덴 전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재성.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점수에서 지고 있었지만, 4-4-2 포메이션으로 우리 공격이 잘 풀리고 있었으니 후반 포메이션 변화를 굳이 가져갈 필요는 없었다. 추가골이 터진 뒤 멕시코는 수비 진영 숫자를 늘렸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좋은 상황이 이어졌고 좋은 공격 찬스가 났다.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고 계속 공격을 시도했다. 다만, 종종 무분별한 크로스나 패스 선택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스웨덴 전에서 지고, 전반 실점으로 리드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어서인지 선수들에게서 조급함이 드러났다. 상황을 보고 플레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크로스를 올린다는 생각만 한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데에 크로스를 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슛 찬스에서도 급하게 힘만 들어가거나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결을 하지 못했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장현수, 김민우는 스웨덴전 영향을 받을 것 같았는데, 확실히 의기소침해서 플레이가 위축됐다. 첫 단추(스웨덴 전)를 잘 키우지 못한 여파가 너무 컸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선수 교체에 대한 고민이 컸을 것 같다. 미드필더 진영의 활동량이 많아 교체가 필요했는데, 자원이 마땅치 않아보였다. 조커로 쓴 이승우는 스피드가 빠른 멕시코를 상대로는 눈에 띄지 않았다. 부상으로 빠진 권창훈, 염기훈이 감독입장에서는 더 생각나지 않았을까.


이번과 같은 경기력을 스웨덴전에서 보여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패했지만, 선수들은 온힘을 짜냈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후배들이 멕시코 전과 같은 투지를 보여준다면 세계최강 독일을 상대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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