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페이스’ 박성현, 끝내 눈물을 흘렸다

입력 2018-07-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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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왕관을 품은 박성현. 사진제공|세마스포츠마케팅

포커페이스의 여왕이 끝내 눈물을 흘렸다. 미국 무대 첫 우승을 차지할 때도, 세계 정상에 오를 때도 무덤덤해하던 1인자가 캐디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남달라’ 박성현(25·KEB하나은행)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두 번째 메이저 왕관을 품었다. 2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파72·6741야드)에서 열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365만달러·약 40억원)에서 2차 연장승부 끝에 정상을 밟았다.


● 눈물로 씻어낸 2년차 징크스


“나 스스로에게 장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박성현은 이날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올해 자신을 따라다녔던 ‘2년차 징크스’를 완벽하게 깨뜨렸다는 기쁨에서 나온 속마음이었다. 박성현은 지난해 LPGA 투어의 ‘슈퍼루키’였다. US오픈과 캐나다 퍼시픽 오픈을 차례로 제패하면서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상, 최다상금상을 한꺼번에 안았다. 동시에 세계랭킹 1위 등극이라는 감격도 누렸다.


자신의 별명처럼 남다른 데뷔 시즌을 보낸 박성현은 그러나 올해 들어 유독 부침이 심했다. 과도한 압박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지난해 한 차례도 없었던 컷 탈락이 3월과 4월 한 차례씩 기록됐다. 부진이 깊어지자 일각에선 “지난해 슈퍼루키가 올해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박성현은 5월 텍사스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이는 악천후로 라운드가 절반이 축소된 대회였다. 스스로 만족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함이 많았다. 또한 텍사스 클래식 직후 볼빅 챔피언십과 US오픈,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3연속 컷 탈락하면서 우려는 씻기지 않았다.


박성현(왼쪽). 사진제공|세마스포츠마케팅


● 환상의 어프로치샷으로 품은 메이저 왕관


반전을 노리는 박성현에게 찾아온 기회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었다. LPGA 투어 5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하나인 이번 대회에서 박성현은 승부사 기질을 또 한 번 발휘했다.


대표적인 장면은 최종라운드 16번 홀(파4)이었다. 유소연(30·메디힐)에게 1타 차이로 뒤지던 박성현의 세컨 샷이 워터 해저드 부근으로 향했다. 다행히 공은 물에 빠지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샷은 어려운 위치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박성현은 오른발을 물가에 담근 뒤 과감하게 공을 때렸다. 홀 2m 곁에 공이 붙는 완벽한 어프로치샷. 20년 전 US오픈에서 대선배 박세리가 선보인 ‘맨발의 투혼’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16번 홀을 파로 막으며 위기를 탈출한 박성현은 유소연, 하타오카 나사(19·일본)와 함께 10언더파 278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1차 연장에서 하타오카가 먼저 고개를 숙였고, 이어진 2차 연장에서 박성현이 회심의 3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파에 그친 유소연을 제쳤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날린 박성현은 “정말 최고로 기쁘다. 이전 대회까지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났다. 힘든 시기였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기쁨의 눈물이 나왔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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