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차트프리징, ‘사재기 돌려막기’ 아닌가요

입력 2018-07-09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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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차트프리징, ‘사재기 돌려막기’ 아닌가요

오는 7월 11일 오전 1시부터는 실시간 음원 차트가 일시정지한다. 국내 주요 음악사이트가 음원 사재기 방지책으로 ‘차트 프리징’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용자수가 줄어드는 새벽 시간에 실시간 차트 운영을 멈추는 방식이다. 실시간 차트의 순기능만 남기고 사재기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이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차트프리징은 2017년 초, 음원 추천제 폐지와 음원 자정 발매를 금지한 1차 차트개혁의 연장선으로 새벽 시간대 사재기를 근절하기 위한 개혁안이다. 2018년 4월 12일 발발한 ‘닐로 사태’가 논의에 불을 지폈다. 당시 가수 닐로는 역주행으로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팬덤형 가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새벽 차트에서도 정상을 놓치지 않아 사재기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국내 6개 음원서비스 사업자(네이버뮤직, 벅스, 멜론, 소리바다, 엠넷닷컴, 지니)로 구성된 ‘가온차트 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는 9일 “최근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인해 또다시 불거진 실시간 음악 차트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실시간 차트 운영 방안을 오는 7월 1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책위는 “실시간차트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이른바 차트 프리징(chart freezing)을 적용할 예정이다. 사재기 시도가 발생할 수 있는 새벽시간대의 차트 집계를 제외해 구조적으로 음원 사재기를 방지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음원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심야시간대를 노린 음원 사재기 시도를 차단하되 실시간 음원 차트가 주는 ‘신속한 음원 정보 제공’이라는 순기능은 남길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차트프리징 대책의 의미를 강조했다.


차트프리징은 편승효과(밴드웨건 효과)를 일부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음원 사용량이 감소하는 심야에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곡을 올려놓고 이용자수가 급증하는 오전 시간에 반짝 효과를 누리는 편법이 용인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재기 근절에는 의문이 든다. 심야 차트를 멈춘다면 낮에 사재기를 하면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논의를 촉발한 닐로 사태의 문제점은 유령 아이디와 50대 차트 1위였다. 닐로가 주장한 SNS 마케팅의 주요 타깃이 50대가 아니라는 점이 모순이었다.

사재기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대책이야말로 확실한 근절 방안이다. 사재기를 허용한 이상 정책위가 말하는 실시간 음원 차트의 순기능은 무의미하고, 업계가 수익 구조 때문에 실시간 차트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차트 프리징은 사재기 돌려막기의 다른 이름으로 전락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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