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눈을 뗄 수가 없다, 정동하의 ‘그랭구와르’

입력 2018-07-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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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정동하는 고정된 틀을 거부한 자유로운 발상과 해석으로 정동하만의 그랭구와르를 완성해냈다.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정동하

명품 보컬의 색다른 뮤지컬 무대
때론 유들유들, 때론 시건방지고…
‘대성당들의 시대’ 감동의 명넘버


그가 등장할 때마다, 무대의 초점이 맞았다.

이런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 ‘그’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그랭구와르를 맡고 있습니다. 몰락한 귀족가문의 남자. 시인이자 이 작품의 해설자죠. 극의 안과 밖을 자유롭게 들락날락거리는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장면에 대해 신나게 설명을 하다가 불쑥 안으로 들어가 다른 배역들과 어울리는 식이죠. 그래도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저 유명한 ‘대성당들의 시대’를 부르는 사람.

오늘의 그랭구와르는 정동하입니다. 한국 록의 전설을 지금 이 순간도 써내려가고 있는 그룹 부활의 보컬리스트 출신이죠. 현재는 가수 겸 뮤지컬 배우로 종횡무진 중입니다. ‘요셉어메이징’, ‘잭더리퍼’, ‘두도시이야기’, ‘투란도트’ 그리고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걸작 뮤지컬에 출연했죠. 그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은 ‘노트르담 드 파리’와 ‘투란도트’입니다. ‘투란도트’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세 개의 상을 안겨준 작품이라면 ‘노트르담 드 파리’는 그를 최고의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으로 올려놓은 작품입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국내 초연된 것이 2008년이니 올해로 10주년이 되었군요. 그 동안 다섯 시즌 막을 올렸는데 정동하 배우는 무려 세 시즌을 그랭구와르로 무대에 섰습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시인이자 해설자 그랭구와르 역을 맡은 정동하.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정동하의 그랭구와르는 굉장히 유니크한 것으로 유명하죠. 이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은 박은태, 김수용, 마이클리 등 그야말로 최고의 가창력과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동하의 그랭구와르는 다른 배우들과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느껴집니다. 처절하거나 심각해보이기보다는 어딘지 시크하면서도 장난기가 넘칩니다. 상당히 유들유들한 편인데 심지어 어떨 때는 건방져 보일 정도입니다.

정동하는 “나의 그랭구와르는 그때그때 다르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컨디션과 감정선에 따라 그날그날 다른 그랭구와르가 나옵니다. 이 말인즉슨 “그랭구와르는 이래야 한다”라는 거푸집 같은 틀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래서일까요. 정동하가 부르는 ‘대성당들의 시대’는 굉장히 독특합니다. 멜로디(워낙 유명한)에 빼앗기기 십상인 귓속으로 가사가 단어 하나, 쉼표 하나까지 조각칼처럼 날아듭니다.

정동하는 자신에 대해 가수 80점, 배우 70점이란 점수를 주었습니다. 남은 부분은 채워가야 할 몫입니다. 채울 게 많을수록 좋아하는 눈치입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를 못 보신 분들이라도 정동하 그랭구와르가 부르는 두 개의 명넘버 ‘대성당들의 시대’와 ‘달’은 꼭 유튜브에서라도 찾아보시길 추천합니다. 가수 겸 배우, 그리고 ‘사람’ 정동하를 발견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그가 등장할 때마다, 무대는 초점이 맞았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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