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의 본보기라는 수식어가 쑥스럽다는 정병국

입력 2018-07-24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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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드리블. 사진제공 | KBL

‘서머슈퍼8(Summer Super 8)’ 출전을 위해 마카오에서 머문 인천 전자랜드 선수들 가운데선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정병국(34)의 ‘슛 영상’ 되돌려보기다. 경기장으로 이동할 때나 숙소에 머물 때 스마트폰을 쥐는 이들은 하나 같이 “(정)병국이 형의 슛 폼은 정말 최고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로 프로 12년차를 맞는 정병국은 이처럼 시간이 흘러도 꾸준한 실력을 지닌 선수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지금까지 큰 부상을 겪지 않은 덕에 팀 내에선 정병국의 자기관리를 본받으려는 선수들이 많다.

서머슈퍼8 대회 종료 직후 24일 귀국길에 오른 정병국은 이러한 이야기에 쑥스러움을 표했다. “후배들이 내 영상을 자주 돌려보는지는 알지 못했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기만 한데 본보기라는 표현은 그저 부끄럽다. 이번 대회에서도 슈터로서 제몫을 하지 못했다”며 겸손해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선 침묵했지만 정병국은 KBL에서 대표적인 ‘반란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2007 신인드래프트에서 김태술(서울 삼성)과 이동준(은퇴), 양희종(안양 KGC인삼공사) 등 동기들에게 밀려 3라운드 22순위로 가까스로 프로에 데뷔한 정병국은 타고난 슛 실력을 바탕삼아 지금까지 전자랜드에서 활약하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결정적인 슛을 성공시키는 능력이 최대 장점. 정병국이 하위 지명자의 반란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처럼 꾸준한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올 시즌 종료 직후 세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정병국은 “농구만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사실 별다른 몸 관리 비결은 없다. 부모님께서 좋은 체격을 물려주셔서 지금까지 농구를 할 뿐이다. 몸에 좋다는 음식을 일부러 찾아 먹지 않아도 거뜬한 정도”라고 그 비결을 전했다.

정병국은 어느덧 정영삼과 함께 팀 내 맏형이 됐다.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둘은 각자의 역할을 나눠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주장인 정영삼이 앞에서 후배들을 이끌면, 정병국이 뒤에서 묵묵히 정영삼의 맏형 노릇을 받쳐주는 모양새다.

전자랜드에서 선수생활 말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다는 34살 베테랑은 우승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아직 우승 반지가 없는 정병국은 “될 듯하면서도 되지 않는 무대가 플레이오프더라.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이번만큼은 마지막에 웃어보고 싶다”면서 “처음 팀에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전자랜드는 약체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평가를 받지 않는다. 앞으로는 끈끈한 팀을 넘어 결과를 내는 팀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카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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