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데뷔전 지켜본 ‘국대’ 친형 김훈 “내 첫 경기보다 떨려”

입력 2018-07-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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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내 동생!‘ 태권도 국가대표 김훈(오른쪽)이 아버지(왼쪽)와 함께 동생 KT 위즈 김민의 데뷔전을 지켜보고 있다. 김민은 이날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사진제공 | KT 위즈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팀간 8차전이 열린 27일 수원 KT위즈파크. 이날 KT의 선발은 ‘고졸 루키’ 김민(19)이었다. 2018 1차지명으로 KT에 입단한 그의 1군 데뷔전. 중앙측 관중석에는 김민과 꼭 닮은 남성이 그의 유니폼을 입고 초조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김민의 친형이자 태권도 국가대표 김훈(26·에스원)이었다. 김훈은 동생에게 직접 건네받은 유니폼을 입은 채 부모님과 함께 KT위즈파크를 찾아 동생의 첫 걸음을 응원했다.

김훈은 2015모스크바그랑프리 금메달(68㎏급), 2017모스크바그랑프리 동메달(80㎏)을 석권한 태권도 스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이날 친동생인 김민의 데뷔전을 지켜보는 그의 모습에서는 여유를 찾기 힘들었다. 태권도 스타로서의 모습은 뒤로 한 채 동생의 호투를 바라며 공 하나씩 집중하기 바빴다.

김민은 친형과 가족들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호투했다. 5이닝 2안타 3삼진 1실점. 타선의 넉넉한 지원이 더해지며 김민은 데뷔전 승리투수가 됐다. 고졸 루키가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것은 KBO리그 37년 역사상 7번째였다.

김민이 5회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김훈을 만났다. 그는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김훈은 “방송 중계에 내 모습이 잡혀서 축하 연락을 엄청 받았다. 그런데 손이 떨려 답장을 못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김훈이 동생의 경기를 ‘직관’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민이 1차지명을 받은 지난해 이미 수원 KT위즈파크에 방문해봤으며, 올해 김민의 퓨처스리그 등판을 지켜보기 위해 2군 구장이 있는 전라북도 익산시까지 찾았다. 그러나 프로무대 1군 데뷔전은 달랐다. 김훈은 “경기장에 들어오는 순간 깜짝 놀랐다. ‘(김)민이가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긴장하지 않고 잘 던질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공이 뜨기만 해도 긴장해서 몸을 움찔했다”며 “여러 차례 국제대회에 출전했는데, 내 데뷔전보다 지금이 더 떨렸다. 그런데 민이가 내 염려보다 훨씬 잘해줬다. 너무 고생했다”고 진심어린 축하를 전했다.

김훈(왼쪽)과 김민은 돈독한 우애를 과시한다. 동생 김민이 슬럼프에 빠질 때면 국가대표 선수촌의 심리상담가에게 대신 조언을 구하는 김훈이다. 사진제공 | 김훈 본인

나란히 운동을 하는 형제답게 서로의 버팀목을 자처했다. 김민이 수원 유신고 재학시절, 슬럼프에 빠질 때 김훈의 존재는 큰 힘이 됐다. 선수촌에 머무는 심리상담가에게 동생의 상황을 설명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준 김훈이다. 이날 김민의 데뷔전은 반대로 김훈에게 자극이 됐다. 김훈은 “마냥 어리게만 생각했던 동생이 이렇게 크게 보인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는 내가 자극을 받았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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