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와 월드시리즈 예고홈런의 진실

입력 2018-07-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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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브 루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베이브 루스의 숨겨진 비밀인 사인을 보지 못하는 약점은 1948년 3월 스프링캠프 해프닝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루스는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열리는 카디널스-레드삭스의 스프링캠프를 찾았다. 레드삭스 감독은 루스가 메이저리그 입단 첫 해에 지휘를 했던 조 매카시가 맡고 있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루스가 보스턴 포스트의 기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매카시 감독의 사인이 예전 내가 보스턴에서 뛸 때와 같다. 어떻게 생각해”라고 했다. 매카시는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사인을 교묘하게 내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그는 같은 동작이지만 사인의 의미를 바꿔가면서 팀을 이끌었다. 그 이면을 몰랐던 루스는 예전과 같은 사인으로만 알았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루스를 전설의 선수로 만든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가 1932년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나온 예고홈런이다. 당시 화면을 보면 루스가 타석에서 어떤 동작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동작이었다. 루스는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도 못할뿐더러 의도적으로 잘 기억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야구기자 제롬 홀츠먼은 루스가 예고홈런을 때렸던 다음해 스프링캠프 때 그 진실을 알고 싶었다. 홀츠먼은 “정말로 예고홈런 사인이었냐”고 물었다. 루스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나. 바보 같은 놈들이나 그런 행동을 한다”며 예고홈런의 진실을 털어놓았다. 이후 루스는 어찌된 일인지 말을 바꿨다. 예고홈런과 관련해 물어보면 “그때 기사를 읽어보라. 다 거기 써 있다”며 정확하게 대답하기를 꺼려했다. 그 유명한 에고홈런 신화도 루스의 좋지 못한 기억력이 만든 가상의 스토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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