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이강인 중심의 2022년 월드컵 황금세대는 가능할까

입력 2018-08-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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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에서 실패한 한국축구는 4년 뒤인 2022년에는 이강인을 중심으로 한 황금세대가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요즘 가장 핫한 축구선수는 스페인 발렌시아의 이강인(17)이다. 프리시즌 경기를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10대 중반의 어린 선수가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건 이례적이다.

이강인은 2007년 지상파에서 방송된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6세였는데, 두세 살 많은 형들과 비교해도 차원이 다른 실력이었다. 그 깜찍한 선수가 현란한 발재간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강력한 슛을 성공시키자 모두들 축구신동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 못해도 ‘슛돌이가 낳은 최고 스타’라고 하면 누군지 짐작할 정도로 전국구였다.

그 후 11년이 흘렀다. 그는 2011년 초 스페인으로 건너가 선진축구를 배우며 성장을 거듭했다. 동영상으로 전해진 그의 창의적 플레이에 국내 팬들은 매료됐다.

지난해 말 2군 무대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그는 최근 발렌시아와 계약기간을 2022년 6월 30일까지 연장하는 데 사인했다. 특히 계약 내용 중 바이아웃(최소 이적료)이 8000만 유로(약 1058억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이는 그의 잠재적 재능을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 잣대다.

비록 비공식이지만 그는 최근 프리시즌을 통해 1군 무대도 밟았다. 호평을 받았다. 2경기 연속 1군 무대를 밟자 구단 홈페이지의 메인을 장식했다. 발렌시아는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 역사상 최초로 1군에 오른 아시아 선수”라고 소개했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은 “어린 친구들의 활약은 구단과 그들의 미래와 현재에 상당한 희망을 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강인은 이미 발렌시아의 미래다. 현지 언론에서도 그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쯤 되면 그는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 정도는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강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으로 옮겨 붙었다. 4년 뒤면 그의 나이는 21세다. 우리 팀의 주력이 될 수 있다.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20대 초반에 최고의 기량을 과시한 다른 나라 선수들처럼 이강인에 대한 팬들의 염원이 가득하다. 아울러 황금세대(Golden Generation)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황금세대란 비슷한 연령대에 잘하는 선수들이 몰려 전력을 급상승시키는 현상을 일컫는데, 4년 뒤엔 이강인을 중심으로 한 한국축구의 황금세대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한국축구의 황금세대는 있었다. 특히 1970년대 초중반 대학에 입학한 선수들 중 재목이 많았다. 72학번인 차범근을 비롯해 허정무, 조광래, 박성화, 박상인, 최종덕, 조영증 등 비슷한 또래들이 1980년대 중반까지 주름을 잡았다. 1978년과 1982년 월드컵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1986년 멕시코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본선에 올랐다. 32년만의 본선 진출로 2018년까지 9회 연속 본선행의 초석을 다진 세대다.

유럽 국가들이 2년마다 번갈아 열리는 월드컵과 유럽선수권을 중심으로 물갈이를 하는 반면 우리는 올림픽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1992년 바르셀로나(서정원, 노정윤, 이임생 등), 1996년 애틀랜타(최용수, 윤정환, 이기형 등)에 이어 2000년 시드니대회를 통해 스타들이 대거 쏟아졌다. 특히 박지성, 이영표 등은 올림픽에 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에도 출전하며 황금세대의 중심축으로 많은 역할을 했다.

한국축구 사상 처음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8강에 오른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는 조재진, 이천수, 김정우 등이 주목 받았다. 2012년 런던대회 때는 사상 첫 동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기성용, 구자철 등 1988~1989년생이 주축을 이루며 큰 기대를 모았으나 2014년 월드컵 실패로 빛이 바랬다. 결국 황금세대라는 건 월드컵을 통해 구현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한국축구는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1승2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실패다. 세계 수준과의 큰 차이를 확인한 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그 와중에 이강인을 보면서 우리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처럼 황금세대가 가능하리라는 기대감이 싹튼 것이다.

2022년 월드컵에 앞서 2020년 도쿄올림픽이 기다린다. 예전처럼 올림픽은 황금세대 여부를 판가름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1997년생이 중심인 가운데 2001년생인 이강인의 합류도 확실하다. 그래서 나는 이 올림픽이 4년 후 한국축구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본다. 올림픽을 통해 성과를 낸다면 곧바로 월드컵으로 연결된다.

2022년엔 손흥민을 중심으로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다. 황희찬, 이승우 등 20대 초중반의 기존 멤버가 주력으로 등장한다. 이와 함께 이강인을 중심으로 한 신예들이 조화를 이뤄준다면 팬들이 상상하는 멋진 그림도 나올 수 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 응원이 필요하다. 그들은 지금 가장 민감한 나이다. 비난에 비뚤어질 수도, 칭찬에 힘을 낼 수도 있다. 2002년 이후 최고의 황금세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기다림과 보살핌이 요구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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