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3-2 승리를 거두며 파죽의 11연승을 질주했다. 숱한 악재를 딛고 4위까지 성적을 끌어올린 것 자체만으로 엄청난 찬사를 받고 있다. 김재현(왼쪽)과 박병호(가운데) 등 넥센 선수들이 삼성전 승리 이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15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최근 팀 상황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장 감독은 감독직을 맡은 후 최근 들어 머리가 가장 아프다. 넘쳐나는 자원들로 인해 선발 라인업을 짤 때 고민이 깊기 때문이다.
넥센은 삼성전에서도 선발투수 에릭 해커(8이닝 2실점)가 선봉장을 맡으며 3-2로 승리했다. 61승56패, 승률 0.521로 4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삼성전 승리로 넥센은 팀 창단 후 최다 연승 숫자를 ‘11’까지 늘렸다. 대체 선수로 시즌 도중 뒤늦게 합류한 해커는 팀이 연승을 거두는 동안 세 경기에 선발 등판했는데, 이 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야말로 ‘되는 집안’이다. 타선에서는 ‘신구자원’이 찰떡호흡을 과시하며 필요할 때마다 영양가 있는 점수들을 생산했다. 신인 김혜성이 1회 과감한 2루 도루로 득점권에 위치했고, 부상에서 돌아온 서건창이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만들었다. 4회에는 2사 2루 상황에서 임병욱이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7회에는 김하성이 상대 폭투를 틈 타 감각적으로 1루에서 3루까지 내달렸고, 이후 김재현의 적시타 때 홈까지 밟았다.
이날 넥센의 승리는 올 시즌 영웅 군단이 비상 상황에서 그린 ‘승리 시나리오’가 모두 집약된 결과였다. 넥센은 올 시즌 유독 풍파가 많았다. 구단 내부적인 문제, 주전급 선수들의 이탈과 부상 등 안팎으로 악재가 겹쳤다.
그러나 ‘이 대신 잇몸’이라 했던가. 대체 자원들이 예상외의 선전을 펼쳐 팀을 더욱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내야수 서건창의 공백을 신인 김혜성이 메웠고, 이정후의 부상 공백은 김규민이 대신했다. ‘백업’ 포수 김재현은 어느새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안방마님으로 성장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단도 현재까지는 대성공이다. 기존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의 부상으로 데려온 해커가 최근 ‘에이스’ 모드를 발동 중이다. 평균자책점, 이닝 등 부족함이 없다.
현재 전력이 워낙 좋다 보니 애꿎은 피해자(?)까지 발생할 상황이다. 바로 16일부터 팀에 합류하는 새로운 외국인타자 제리 샌즈다. 샌즈는 넥센이 기존 외국인타자 마이클 초이스를 대신해 데려온 거포형 타자다. 새로운 외국인선수에게는 어느 정도 주전 자리가 보장되기 마련인데, 지금의 넥센에서는 결코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장 감독은 “샌즈는 새롭게 팀에 합류하는 외국인선수다. 일정 기간 외야수로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샌즈에게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 기회를 준다는 생각은 없다”며 “ 지금 우리 선수들이 굉장히 잘 해주고 있다. 지명타자 기용까지 생각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새로운 외국인선수까지 주전 경쟁을 걱정해야 하는 팀 상황. 넥센의 빈 틈 없는 전력이 지금의 팀 성적을 과연 어디까지 끌어 올릴 수 있을 지 큰 관심이 모아진다.
대구|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