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후랭코프. 스포츠동아DB
주인공은 대부분 외국인투수였다. 2007년 두산 베어스 다니엘 리오스(22승), 2014년 넥센 히어로즈 앤디 밴 헤켄(20승), 2016년 두산 더스틴 니퍼트(22승) 그리고 지난해인 2017년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가 20승 고지를 밟았다.
토종 선발투수 중에서는 양현종이 헥터와 함께 지난해 20승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1995년 LG 트윈스 이상훈 이후 22년 만에 토종투수로 선발 20승을 올리는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들은 나란히 에이스로 활약하며 팀의 가을야구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여기에 하나의 공통점도 있다. 바로 20승을 거둔 해 5명 모두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개인 20승은 팀에 안긴 승리이기도 하다. 정규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으니 팀 순위가 높은 것도 당연지사다. 실제 2007년의 두산과 2014년의 넥센은 당시 2위로 시즌을 마쳤고, 2016년의 두산과 2017년의 KIA는 정규리그 우승을 맛봤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KS 우승을 경험했는가?’라는 질문에는 대답이 갈린다. 아무리 20승 투수를 보유한 팀이어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은 KS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유는 20승 투수 혼자서 짊어진 무게의 차이다. 2007년 두산은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리오스와 또 다른 외국인투수 맷 랜들 정도였다. 2014년 넥센 역시 그 해 팀에서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선발투수가 밴헤켄과 헨리 소사(현 LG 트윈스)밖에 없었다.
리오스와 밴 헤켄은 KS 무대에서 모두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섰다. 그리고 시리즈 기선제압을 이끌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그러나 이후 결과는 좋지 못했다. 외로운 에이스로 활약해야 하다 보니 짧은 휴식 후 다시 선발등판해야 했다. 심지어 밴 헤켄은 2014년 KS 두 번째 등판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나머지 경기에서 팀이 패한 탓에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반면 든든한 동료가 있는 투수들은 모두 우승을 맛봤다. 2016년 ‘판타스틱4’의 일원이었던 니퍼트, 2017년 서로 원투펀치 역할을 한 헥터와 양현종이 그 주인공들이다.
2018시즌도 후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선발 20승 기록은 다시 그 고개를 내밀고 있다. 현 시점에서 기록에 가장 가까운 투수는 두산의 세스 후랭코프(16승)다. 지난 14일 SK 와이번스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를 기록, 다승 1위 자리를 지켰다. 두산은 후랭코프 외에도 조쉬 린드블럼(14승), 이용찬(11승)이 이미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과연 후랭코프의 20승이 달성될 것인지, 또 후랭코프를 보유한 두산의 우승 시나리오가 과거와 같이 흘러갈 수 있을 지 새삼 관심이 쏠린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