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 스포츠동아DB
김 위원장은 월드컵이 막바지로 향하던 7월 중순 첫 번째 유럽 출장을 떠났다. 1차 후보군을 추리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는 “7월 10~18일 유럽 출장을 다녀와서 접촉에 성공한 감독 등에 대한 장단점을 파악한 뒤 우선 협상대상자 3명을 결정해 협회에 제출했다. 협상은 전방위로 진행했다”라며 “그런데 3명 모두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 몇몇 다른 나라들과 연결돼 있었다. 7월 말까지 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 위약금 문제로 포기한 후보가 있었다. 위약금은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큰 돈을 요구한 감독, 스스로 협상을 포기한 감독도 있었다. 8월 5일자로 모두와 협상이 결렬됐다”고 1차 협상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실명을 공개하진 않았다.
협회는 이번 감독 선임과정에서 이전보다 많은 예산을 확보했고, 후보리스트도 화려하게 구성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자신감을 갖고 접근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대리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 준비되면 만나주겠다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그 감독은 만나지도 못했다. 관심을 보이다가도 다른 팀에서 오퍼가 오니 거절한 사람도 있었다.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 많은 감독 후보들에게 한국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한 감독과의 면담 과정을 예로 들었다.
“한 후보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갔다. 굉장한 호의였다. 그런데 자신은 젊고, 축구중심인 유럽에 있는데 가족과 떨어져서 4년을 한국에서 보내야 하느냐고 말하더라. 마음이 없는 사람이었다. 대표팀 영상도 보여주며 설득했는데 가족과 떨어지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계속 말했다. 기대와 괴리감이 있었다. 대리인도 ‘너희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예산이 얼마냐’고 묻더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제시했는데도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