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같은 ‘목격자’…‘제노비스 신드롬’의 힘

입력 2018-08-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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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1964년 美 제노비스 사건과 유사
섬뜩한 공포…170만 관객 질주 중


흥행가도를 달리는 영화 ‘목격자’를 두고 누리꾼들의 설왕설래가 뜨겁다. 영화를 본 관객 사이에서 실화가 아닌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허구의 이야기인데도 마치 어디서 많이 본 듯 익숙한 기시감 탓이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이성민 주연의 ‘목격자’(제작 AD406)가 2주째에도 기세를 이어가면서 누적관객 170만에 다다랐다. 대단지 아파트에서 벌어진 처참한 살인사건을 목격하고도 방관하는 주민들이 만들어내는 섬뜩한 이야기가 관객에 서늘한 공포를 선사하면서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영화 관람평 가운데는 유독 ‘목격자’가 실화를 바탕에 둔 건 아닌지 추적하는 내용이 많다. 시나리오를 쓴 조규장 감독이 “개인이 공동체 안에 있다고 해도 결코 안전하지 않은 상황을 그리려 했다”며 인물과 설정 모두 허구에서 출발했다고 밝혔지만 ‘의구심’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는다.

쉽게 포기하지 않던 관객들은 기어코 1964 년 미국 뉴욕의 한 주택가에서 일어난 제노비스 사건을 찾아내 ‘목격자’와 비교하고 있다. 이는 키티 제노비스라는 이름의 여성이 30여분 동안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자신의 집 창문으로 지켜본 주민이 38명에 이르는데도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사건이다.

당시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던진 이 사건은 이후 ‘제노비스 신드롬’으로 명명됐다.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개인이 느끼는 책임의식이 약해져 위험에 처한 대상을 방관하게 되는 심리현상을 의미한다.

‘목격자’의 핵심 주제 역시 제노비스 신드롬과 겹친다. 처음엔 주인공 상훈(이성민) 혼자만 목격한 줄로만 알았던 살인사건 현장을 숨죽여 지켜본 아파트 주민이 더 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날 때 관객이 느끼는 충격과 공포의 무게도 상승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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