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소년’ 이화준의 반전, AG 2위로 중량급 미래 밝혔다!

입력 2018-08-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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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태권도대표팀 이화준이 지난 8일 진천선수촌 개선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22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 플레너리홀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태권도 남자 80㎏급 준결승전 제2경기 내내 대한민국 선수들의 응원소리가 체육관을 뒤덮었다. 이화준(22·성남시청)을 향한 외침이었다. 김종기 대표팀 총감독도 관중석에서 끊임없이 기를 불어넣었다. 김 감독은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화준을 다크호스로 점찍은 인물이다.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온 러시아 선수(막심 크람트코프)도 이화준과 연습경기를 하며 놀라더라. 근성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강한 믿음을 보였다.

김 감독의 믿음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화준의 진가는 승부처에서 나왔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엿볼 수 있었다. 24-22로 힘겹게 승리를 거둔 마흐디 코다바크시(이란)와 16강전에 이어 사무엘 모리슨(필리핀)을 꺾고 진출한 준결승전이 백미였다. 196㎝의 장신 누를란 미르자바예프(카자흐스탄)에게 6-11로 끌려가는 등 시종일관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2라운드 종료 직전 머리 돌려차기로 단숨에 5점을 따내 동점을 만들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나온 회심의 일격으로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팽팽하던 3라운드에선 연이은 주먹공격으로 만들어낸 점수를 끝까지 지켜내 결승행을 확정했다.

니키타 라팔로비치(우즈베키스탄)와 결승전에서도 명승부를 연출했다. 팽팽한 승부에서 흐름을 넘겨주고도 곧바로 따라붙으며 긴장감을 유지했다. 15-18로 뒤졌지만 동점을 만들며 금메달을 눈앞에 둔 듯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한 발이 매트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비디오판독 끝에 1점을 뺏겼고,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몸통공격을 허용해 18-21로 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화준은 늘 ‘2인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체육관에 등록하면 자전거를 준다는 유혹에 넘어가 5살에 태권도를 시작했고, 선수의 꿈을 이루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목전에 두고 좌절했던 아픔이 있었다. 스스로도 “나는 그저 그런 2~3등이었다. ‘하나만 넘으면 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5월 AG 대표선발전 준결승과 결승에서 이 체급 대표 강자인 박용현(한국가스공사)과 남궁환(한국체대)을 연파하고 자카르타행 티켓을 거머쥐었고, 국가대표 데뷔 무대에서 값진 은메달까지 손에 넣었다.

이화준은 “금메달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아쉬움이 크다. 후회 없는 경기를 했지만 결과가 아쉽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 태권도는 이번 대회를 통해 중량급의 새로운 강자를 배출하며 미래를 밝게 했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이화준에게 “힘내라, 잘했다”는 응원이 쏟아졌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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