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조효철, 뒤늦게 일 낸 무명의 반전

입력 2018-08-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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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레슬링대표팀 조효철. 사진제공|대한레슬링협회

조효철(32·부천시청)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대회 전까지 무명에 가까웠다. 2008년 제주(3위), 2011년 타슈켄트(2위) 아시아선수권에서 입상한 것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참 오래 전 일이다. 2009년 세계선수권(덴마크 헤르닝) 10위와 아시아선수권 성적을 제외하면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입상기록조차 없던 그가 마침내 자카르타에서 빛을 봤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빛을 보기까지 그 시간이 무척 길었다. 14년 전인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 그레코로만형 60㎏급 금메달리스트 정지현 대표팀 코치와 3살 터울인 백전노장이다. 기적의 시작은 지난 4월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AG 및 세계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남자 그레코로만형 97㎏급에서 1위를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단 것이다.

이번 AG에 임하는 조효철의 각오는 특별할 게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럴 만도 했다. 오랫동안 대표팀을 떠나 있었고, 이번 대회 레슬링에선 그레코로만형 67㎏급 금메달리스트 류한수와 77㎏급 김현우(이상 삼성생명)가 가장 주목 받는 스타였다. 22일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 어셈블리홀에서 열린 레슬링 종목 마지막 날 경기에서도 시선은 AG 2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김현우에게 쏠려있었다.

이변이 일어났다.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을 따낸 김현우가 1회전에서 탈락한 것이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았던 조효철이 승승장구했다. 8강전에선 이마가 찢어진 상황에서 붕대 투혼을 펼치며 예룰란 이스카코프(카자흐스탄)를 6-1로 완파했고, 준결승전에선 알리 아크바르 헤이다리(이란)와 접전 끝에 4-3의 신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은메달을 확보한 것 자체만으로 조효철에게는 엄청난 소득이었다. 결승전에서 모든 에너지를 태울 일만 남아있었다. 상대는 인천AG 은메달리스트 딩샤오(중국)였다. 이마에 붕대를 감은 조효철이 등장하자 엄청난 응원 소리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1-4로 끌려가던 상황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종료 2분30여초를 남겨두고 4점짜리 공격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간 빛을 보지 못했던 베테랑의 절실함이었다. 결과는 5-4, 짜릿한 금메달. 신장이 10㎝나 큰 딩샤오의 피지컬을 극복한 승리였다. 그는 힘차게 포효하며 그간의 설움을 깨끗이 씻어냈다. ‘감동의 무대’였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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