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슬라맛 자카르타] 부부力士 원정식의 아름다운 실패

입력 2018-08-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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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도 은도, 동도 아니다. 결선에 진출했지만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비참한 실패는 아니다. 인생의 동반자와 약속은 못 지켰지만 도전은 위대했고 실패도 아름다웠다.

16년 만에 아시안게임(AG) 남자역도 금메달이 기대됐던 원정식(28·울산광역시청)이 용상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하며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원정식은 22일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AG 남자 역도 69㎏급 결승 인상에서 145㎏을 들어올려 4위를 기록했지만 용상에서 바벨을 들어올리지 못해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용상 2차 시기에서 180㎏을 들다 프레스 아웃으로 기록이 인정되지 않은 게 아쉬웠다. 인상 1차 시기 때 양 쪽 종아리 근육경력이 시작됐다. 기권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완주했다. 경기 후 원정식은 “애국가를 울리겠다는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하다. 합계 340㎏이 목표였는데…. 근육경련으로 완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도쿄올림픽에서 꼭 애국가를 울리고 싶다”고 말했다.

원정식에게 이번 AG가 더 간절한 이유가 있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 여자 53㎏ 동메달리스트인 아내 윤진희(32)가 어깨 부상으로 AG에 참가하지 못해 “꼭 금메달을 선물하고 싶다”는 약속을 하고 자카르타를 밟았기 때문이었다.

원정식-윤진희 부부의 러브스토리는 애잔하고 뭉클하다. 윤진희는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후 2012년 4년 연하 원정식과 결혼하며 은퇴를 했다. 윤진희는 평범한 아내로 내조에 전념했다. 그러나 남편이 인천AG 경기 도중 큰 부상을 당하자 함께 운동하며 용기를 주기 위해 복귀했다. 원정식은 용상 2차 시기에서 무릎에 큰 부상을 당해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다.
원정식은 수술 후 병실에서 아내이자 선배에게 “다시 함께 역도를 하고 싶다. 더 힘이 날 것 같다”며 손을 잡았다. 엄마가 된 아내는 다시 바벨을 들고 남편과 땀을 흘렸다. 두 딸을 키우는 부부는 남편이 세계선수권 금메달, 아내가 올림픽 은·동메달을 갖고 있지만 AG에서는 메달이 없었다. AG에 대한 애착이 컸지만, 자카르타에선 뜻을 이루지 못했다.

69㎏급 금메달의 주인공은 북한 오강철이었다. 인상 151㎏, 용상 185㎏ 합계 336㎏에 성공, 이번 대회에서만 북한 역도의 세 번째 금메달을 들어올렸다.

# 슬라맛(Selamat)은 인도네시아어로 안녕, 행복, 평안을 바라는 따뜻한 말입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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