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인터뷰를 하고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U-23 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브카시의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서아시아 강호 우즈베키스탄과 대회 8강전을 펼친다. 사실상의 결승전,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 된 형국이다. 이란을 2-0으로 격파했더니 또 다른 강호가 등장했다.
이른 바 ‘반둥 쇼크’, 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 수 아래로 꼽힌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한 여파가 상당하다. 1위로 토너먼트에 올랐더라면 지금처럼 가시밭길 대진은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아쉽다.
그런데 시기가 문제였을 뿐, 우즈베키스탄은 언젠가 마주칠 상대였다. U-23 대표팀에게는 반드시 돌려줘야 할 빚이 있다. 1월 중국 쿤샨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전에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에 1-4로 대패했다. 0-1로 끌려가다 후반 13분 황현수(23·FC서울)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으나 중앙 미드필더 장윤호(22·전북 현대)가 후반에만 두 장의 옐로카드를 받아 경고누적 퇴장, 수적 열세 속에 연장전에서 대량실점 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같은 연령대에서 8경기 무패(7승1무)의 절대 우위를 지키다 처음 패배를 경험한 U-23 대표팀은 동기부여가 사라진 탓인지 4위에 머물렀고, 자카르타-팔렘방AG 출전을 희망했던 김봉길 전 감독은 성적부진으로 전격 경질됐다.
그러나 7개월 전과는 상당히 다를 전망이다. 사령탑이 바뀐 한국은 사실상 새로운 팀으로 평가받을 만큼 큰 폭의 개편이 이뤄졌다. 중국에서 충격을 경험한 어린 태극전사들은 5명에 불과하다. 1월 멤버들이 대부분 출격한 우즈베키스탄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황현수와 장윤호 이외에 송범근(21·전북), 김문환(23·부산 아이파크), 조유민(22·수원FC) 등이 복수를 노리며 AG 여정에 임했고, ‘캡틴’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 황희찬(22·잘츠부르크),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 등 2018러시아월드컵에 출격한 태극전사들이 4년 전 인천대회에 이은 2연패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분위기도 좋다. 조별리그 3경기를 통해 예열을 마친 U-23 대표팀은 지면 곧 탈락인 토너먼트 라운드 첫 경기에서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전방위 공격수 손흥민이 우리 진영 깊숙한 지역에서부터 태클을 시도하는 등 모두가 합심해 수비를 하고 공격을 전개하며 진정한 ‘원 팀’으로 변신했다. 더욱이 주요 국제무대에서 한국축구의 덜미를 낚아챘던 이란의 콧대를 보기 좋게 꺾으면서 기세를 올렸다.
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 8강에서 만난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다. 빚은 돌려줘야 한다. 결승전에서 상대했다면 조직력이 더욱 좋아질 수 있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