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아빠 까바르 자카르타] 장혜진의 심기일전, 한국 女 양궁 자존심 살렸다!

입력 2018-08-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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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양궁대표팀 장혜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양궁대표팀 장혜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전이 열린 27일 자카르타 GBK 양궁장에서 만난 대한민국 선수들은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양궁 강국인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국제규정이 대폭 바뀌었고, 타 국가 선수들의 실력은 몰라보게 향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인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대중이 “당연히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외치는 종목에서 그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선수는 역적이 된다. 세계선수권대회보다 어렵다는 국내 선발전을 뚫어낸 선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바로 비난에 직면하는 것이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2관광을 차지한 여자 리커브 대표팀 맏언니 장혜진(31·LH)에게도 이번 AG는 우여곡절이 많은 대회였다. 27일 경기에서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면, 그 여파가 꽤 오래 갔을 터다.

장혜진과 강채영(22·경희대), 이은경(21·순천시청)이 호흡을 맞춘 한국은 대만과 결승에서 세트스코어 5-3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여자양궁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다. 과정이 험난했다. 1~2세트를 주고받은 뒤 3세트를 동점으로 마쳤고, 운명의 4세트를 54-53 한 점차로 이겼다. 54-44에서 대만 선수의 마지막 화살이 9점 과녁에 꽂힌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한국의 마지막 화살을 10점 과녁에 명중한 주인공은 바로 장혜진이었다. 그는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담아서 마지막 한 발을 쐈다. 그게 통했다. 어느 때보다 값진 메달”이라며 기뻐했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양국대표팀 강채영, 이은경, 장혜진(왼쪽부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양국대표팀 강채영, 이은경, 장혜진(왼쪽부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장혜진은 개인전 8강전에서 탈락했고, 이우석(21·국군체육부대)과 호흡을 맞춘 혼성 경기에서도 8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가장 믿었던 ‘에이스’의 연이은 실패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여자대표팀이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은 2002부산AG 이후 처음이며, 아예 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사례는 양궁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78년 방콕 대회부터 단 한 번도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에이스의 책임감은 그를 더욱 짓눌렀다.

“내가 못 해서 양궁을 사랑하는 분들을 실망시켰다는 생각에 상처가 컸다. 누구보다 한국 양궁을 믿고 계셨을 텐데…. 나로 인해서 그 믿음이 무너진 것 같아 힘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번 금메달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심기일전한 노력의 결과였다. 강채영도 “우리 모두 (장)혜진 언니를 믿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진혁(37·현대제철)과 김우진(26·청주시청), 이우석이 호흡을 맞춘 남자대표팀은 리커브 단체전에서 대만에 세트스코어 3-5로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남자대표팀은 28일 열리는 결승에서 김우진과 이우석이 맞붙는 터라 이미 금메달 하나를 확보해놓은 상태다. 김우진과 이우석은 “개인전이 남았으니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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