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천문학적 투자…한국은 맨파워로 맞불”

입력 2018-08-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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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가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시범종목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정식 스포츠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리그오브레전드(LoL)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브리타마 아레나에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아시아e스포츠연맹

■ 아시안게임 통해 ‘정식 스포츠화’ 잰걸음

‘젊은이 놀이’서 AG 통해 스포츠로 인식 전환
2022년 항저우대회 정식종목…올림픽도 논의
미국 메이저리그와 유럽 프로축구단도 팀 창설


e스포츠가 처음으로 시범종목에 채택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은 리그오브레전드(LoL)에서 은메달, 스타크래프트2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애들 놀이’로 취급받던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화의 큰 걸음을 내딛은 순간이다.

e스포츠는 1990년대 후반 생겨난 문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문 방송사 설립, 임요환 같은 슈퍼스타의 등장, 기업팀 창단 등으로 빠르게 체계화됐다. 이는 다른 나라의 벤치마킹 모델로 자리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한국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약 830억원으로, 스폰서 시장 규모는 축구와 야구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도 스포츠”라는 인식 전환의 큰 계기가 됐다. e스포츠의 스포츠화는 앞으로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시범종목 채택에 이어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아직 유보적 입장이 강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2024년 파리올림픽 e스포츠 시범종목 채택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스포츠 붐을 일으킨 주역이었던 스타크래프트의 임요환은 “e스포츠를 올림픽에서 보는 게 꿈이었다”며 “이제 더 이상 꿈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대행은 “e스포츠가 스포츠에 포함될 수 있는가에 대해 여러 시각이 있고, 의견도 팽팽하다”면서 “올림픽 종목 논의가 시작됐다는 움직임만으로도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개막식 모습. 사진제공|아시아e스포츠연맹


● “생태계 확장과 인프라 구축 절실”

하지만 그동안 e스포츠의 붐을 주도한 한국이 앞으로도 이 분야의 강국으로 위상을 유지하려면 천문학적 투자를 앞세운 미국과 중국의 공세를 이겨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미국의 한 시장 조사업체에 따르면 2020년 세계 e스포츠 시장규모는 5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와 유럽축구 등 스포츠 구단들이 e스포츠팀 창단 등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업계에선 이런 경쟁구도에서 한국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사무총장 대행은 “한국은 선수의 실력과 노하우로 최고의 위치를 지켜왔지만, 산업적으로는 북미나 중국에 뒤쳐진 지 오래다”며 “규모의 경제를 따라잡기는 힘들지만 장점인 맨파워를 탄탄하게 가져가도록 아마추어 생태계 확장과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정부와 유관단체는 e스포츠가 미래스포츠라는 인식을 가지고 스포츠로서 위상을 확립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아울러 민간과 함께 게임 지적재산권(IP)을 개발해 게임 저변의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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