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9월 1일 일본과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결승전을 치른다. ‘반둥 참사’에도 굴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난적들을 차례로 제압한 결과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은 양상이 다르다. 관심이 폭발적이다. 마치 축구 단일대회가 열리는 것처럼 아시안게임 전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수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김학범호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하다.
‘인맥축구’는 그 서막이다. 와일드카드 선발 과정에서 황의조를 뽑은 게 논란이 됐다. 프로축구 성남 시절 김학범 감독과 사제지간이었다는 점이 비난의 꼬투리였다. 감독은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불씨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다. 출발부터 덜컹거린 이유다. 그 와중에 조 편성이 3차례나 바뀌면서 준비과정은 엉망이 됐다. 해외파들의 합류날짜가 들쭉날쭉해 손발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
첫 경기 바레인전 승리로 한숨 돌리는 듯 했지만 말레이시아에 지는 바람에 다시 비난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반둥 참사’로 감독의 지도력은 난타 당했다. 돌이켜보면 그 충격적인 패배는 오히려 약이었다. 선수들의 눈빛부터 달라졌다. 두 번 다시 실패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똘똘 뭉쳤다.
특히 황의조의 활약이 눈부셨다. 골 퍼레이드를 보면 거의 신드롬 수준이다. 바레인전 해트트릭에 이어 말레이시아전 만회골, 이란전(16강) 결승골, 우즈베키스탄전(8강) 해트트릭으로 국민적인 영웅이 됐다. 베트남과 4강전에서 한골을 추가해 9호 골로 사실상 득점왕을 예약했다.
그 사이 인맥축구 논란은 온데 간 데 없어졌다. 이젠 ‘갓’의조가 됐다.
물론 황의조 옆에는 항상 손흥민이 있었다. 주장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는 해결사가 아니라 도우미를 자처했다. ‘손흥민 패스-황의조 골’이라는 승리 공식도 만들었다. 이들 와일드카드의 활약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결승까지 남은 마지막 고비에서 마주한 베트남전은 또 다른 화제였다. 예전 같으면 관심도 없었고, 당연히 이겨야할 상대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수장은 전남과 경남 사령탑을 지낸 박항서 감독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때 대표팀 수석코치였다가 이젠 베트남의 국민영웅이 된 지도자다. 한국축구에도 의미가 큰 인물이다. 베트남은 조직력이 탄탄한 황금세대로 구성됐다. 반면 우리는 고갈된 체력이 걱정이었다. 쉽지 않은 4강전이었지만, 우리는 상대의 추격을 뿌리쳤다.
이번 대회 결과가 국제적인 관심을 받은 것도 특이하다. 손흥민의 군 문제 때문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주전 공격수가 계약기간(2023년까지) 중에 국방의 의무 때문에 리그를 쉴 수도 있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언론들이 한국의 병역특례제도와 함께 경기 결과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처럼 병역문제가 세계적인 이슈가 된 적은 없었다.
태극전사들이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올림픽은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결승 상대는 숙적 일본이다. 일본과는 단 한번도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마주친 적이 없다. 객관적인 전력을 떠나 라이벌전은 변수가 많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른다. 분위기를 타는 팀이 유리하다. 와일드카드 황의조와 손흥민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번 대회의 감동 스토리는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도 좋을 시나리오다. 그런 시나리오의 끝은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결승전은 9월 1일 오후 8시30분 열린다. 두 손 모아 승리를 염원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체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