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선미가 4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새 음반 ‘워닝’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사이렌’ 무대를 펼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가녀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단점이 된 장점, 그걸 보여주고 싶어
부담 많았지만 공부하면서 덜어냈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 또 어떤 모습을 대중이 좋아하는지 영민하게 알아차리고 ‘찰떡같이’ 소화한다. “나는 대중에게 음악을 들려드리는 대중가수이기 때문”이라는, 보편적이지만 모범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가수 선미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10년 동안 이름 앞에 붙었던 ‘원더걸스’ 타이틀도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닌 듯하다. 그만큼 선미는 이제 독보적인 여성 솔로 가수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선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선미 장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바람은 4일 오후 발표한 미니앨범 ‘워닝’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날 새 앨범 발표를 기념해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쇼케이스를 벌인 선미는 “나의 정체성과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서 대중에게 어필하고 싶다”고 말했다.
‘워닝’은 지난해 여름 가요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가시나’와 올해 1월 선보인 ‘주인공’을 매듭짓는 내용이다. 타이틀곡 ‘사이렌’은 앞서 발표한 두 곡의 완결편이자 ‘선미표 섹시 이미지’가 잘 드러나는 곡으로, 선미가 작사·작곡했다.
“그동안 ‘제2의 엄정화’나 ‘제2의 이효리’라는 평가를 많이 해주셨다. 두 선배님은 그들만의 장르와 아우라가 있다. 그분들의 에너지를 표방한다고 해도 제가 그걸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확신도 없고, 자신도 없다. ‘제2의 누가’ 되는 것보다는 나의 정체성과 에너지를 새롭게 만들고 싶다.”
선미가 생각하는 자신만의 에너지는 ‘춤추는 찰나에 가녀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들’이다.
“엄정화, 이효리 두 선배님은 여자인 내가 봐도 섹시하고 글래머러스하다.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 몸은 연약해보여도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스타일이라 그 안에서 분명 나오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수 선미. 사진제공|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자신의 단점을 또 다른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철저한 분석이 밑바탕 되어야 가능하다.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노력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 집안 내력이다. 두 남동생들도 보통 성인 남자들에 비해 왜소하다. 50k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저와 관련된 기사의 댓글에는 ‘못생겼다’ ‘너무 말라서 징그럽다’ ‘보기 싫다’라는 평가가 많다. 이를 저만의 장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 ‘사이렌’을 포함해 모두 7곡이 담겼다. 선미에게 “엄청난 행복”을 안겨준 ‘가시나’와 ‘주인공’도 빼놓을 수 없어서 앨범에 담았다. ‘사이렌’ 외에 ‘어딕트’ ‘블랙 펄’ ‘곡선’ ‘비밀테이프’ 등 나머지 신곡도 선미가 작사, 작곡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앞서 발표한 두 곡이 엄청난 인기를 얻어서 더 부담이 됐다. 어차피 그 두 곡도 제 곡이지 않나. 부담을 내려놓고 어떤 방향으로 콘셉트를 잡아야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다. 아무래도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다보니까 저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공들을 유혹해 바다에 빠트린다는 내용에 빗대 “아름다운 것에만 현혹되지 말라”는 경고를 가사로 풀어냈다.
“‘사이렌’은 아름답지만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이 특이했다. 이야기를 잘 풀어서 노래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이렌’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위험한 상황에서 사이렌이 울리지 않나. 그 어원이 인어이자 마녀인 사이렌이더라.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더 욕심이 났다.”
가수 선미가 4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새 음반 ‘워닝’ 쇼케이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사이렌’은 원더걸스로 활동하던 시절 타이틀곡 후보에도 올랐던 곡이기도 하다. 3년 전 원더걸스 밴드로 활동하던 시절 작업해 놓았지만, 밴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부 평가로 인해 아쉽게 채택되지 않았다.
선미의 이번 활동 목표는 하나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 이 앨범을 그 디딤돌로 만들겠다는 바람이다.
“‘믿고 듣는 선미’라는 타이틀은 저에게 굉장한 힘이 되는 말이다. 그런 표현도 점차 대중에게 각인되는 것 같고, 그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는 것 같아 행복하다. 많이 부족하지만 더 좋은 음악과 가수로 성장해서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