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벗은 골짜기 세대, 새로운 4년도 부탁해!

입력 2018-09-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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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 4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가졌다.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김문환과 황인범(오른쪽)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 4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가졌다.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김문환과 황인범(오른쪽)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골짜기 세대’라는 오명은 벗었다. 이제 한국축구의 새로운 4년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축구계에선 뛰어난 재능과 밝은 미래를 지닌 또래 유망주들을 ‘황금세대’라고 칭한다. 14세 이하부터 17세 이하, 20세 이하, 23세 이하까지 연령별 대표팀이 체계적으로 나눠져 있는 종목 특성상 황금세대는 수년에 걸쳐 더욱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세상 이치가 그렇듯 모든 세대가 황금빛일 수는 없다. 위아래로 포진한 유망주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의미의 골짜기 세대는 황금세대의 이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골짜기 세대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이번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주축들이었다.

1995년생과 1996년생, 우리 나이로 치면 23살과 22살에 해당하는 이들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8강을 이뤄낸 형들과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16강에 오른 동생들 사이에서 이렇다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위아래 세대에 몰려있는 데다가 이들이 출전한 여러 국제대회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관심은 자연스레 멀어지게 됐다.

이는 이번 AG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해외파 황희찬(22·함부르크)을 제외한 김문환(23·부산 아이파크), 황현수(23·FC서울), 황인범(22·아산 무궁화), 나상호(22·광주FC), 조유민(22·수원FC), 김민재(22), 장윤호(22·이상 전북 현대) 등은 AG 개막 전까지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와일드카드인 손흥민(26·토트넘)~황의조(26·감바 오사카)~조현우(27·대구FC)와 샛별 이승우(20·베로나)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골짜기 세대는 AG 조별리그 돌입과 함께 통쾌한 반란을 주도했다. 김민재가 철벽 수비를 이끄는 사이 황인범~김문환~조유민이 중원을 조율했고, 나상호가 손흥민과 황의조를 도우며 공격에 힘을 보탰다. 황현수와 장윤호 역시 수비에서 제몫을 다했다. 이들의 발끝에서 AG 2연패라는 값진 결과물이 탄생한 셈이다.

우승과 함께 병역 면제라는 선물까지 안은 골짜기 세대는 이제 연령별 대표팀을 넘어 더 큰 무대로의 데뷔를 앞두고 있다.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그 첫 막이다. 주목해야할 선수는 역시 황인범과 김문환이다. 이들은 앞서 성인 태극마크를 달았던 황희찬~김민재와 함께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생애 첫 축구국가대표팀 발탁.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2022카타르월드컵 등 한국축구의 향후 4년을 함께할 벤투호의 출항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은 승선이었다.

귀국 다음날인 4일 떨리는 마음으로 벤투호에 합류한 황인범과 김문환은 이틀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국가대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적응에 박차를 가했다. 이어 코스타리카전(7일)을 하루 앞둔 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마지막 훈련을 소화했다. 남은 일은 이제 출격뿐. 음지에서 나온 골짜기 세대가 또 다른 반격을 꿈꾸고 있다.

고양|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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