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된 프로그램 SBS ‘백년손님’(위쪽)과 KBS 2TV ‘VJ 특공대’. 사진제공|SBS·KBS
시청률 9% ‘백년손님’ 폐지 비난 쇄도
SBS “리스크 알지만 방송사 사정 있다”
9월엔 KBS도 ‘VJ 특공대’ 없애 몰매
일방적 결정, 시청자 마음 돌릴지 의문
SBS 예능프로그램 ‘백년손님’이 9월29일 방송을 끝으로 9년 만에 폐지됐다. 앞서 KBS 2TV ‘VJ 특공대’도 9월7일 18년간 이어온 방송의 막을 내렸다. 이들은 오랜 기간 방영하며 해당 방송사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지만, 안정보다 변화를 선택한 방송사 측 결정으로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백년손님’은 이미 고별방송까지 했지만, 현재까지도 시청자들의 원성이 높다. 자극적인 내용이나 웃음은 없었지만 사위와 장모·장인 간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담아 소소한 재미를 제공했다. 젊은 시청자를 대상으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예능프로그램’과 차별화한 내용으로 중·장년층에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편성도 목요일에서 금요일, 다시 토요일로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시청자의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대개 프로그램 폐지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는 시청률이다. ‘백년손님’은 화려한 이름값의 출연자 없이도, 8∼9%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해 ‘가성비 높은 프로그램’으로 통했다.
2000년 5월5일 방송을 시작했던 ‘VJ 특공대’는 장르를 불문해 각종 정보와 재미는 물론 다큐멘터리 구성으로 잔잔한 감동까지 안겼다. ‘맛집 홍보’ 의혹을 몇 차례 받기도 했지만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에 힘입어 18년간 장수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방송사는 새 예능프로그램이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이,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이던 효자 프로그램을 왜 폐지했을까. 이들 프로그램 폐지를 아쉬워하는 시청자만큼이나 위험요소를 알고도 폐지를 결정한 제작진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자의 호불호가 크게 나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인 방송이 가능했다. 하지만 방송사 측은 장수프로그램이 제작진의 실험성과 도전의식을 가로막고 현 상태에 안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장수 프로그램으로 당장 눈앞의 성과는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SBS 예능국 한 관계자는 1일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시청자의 반응도 물론 중요하지만 방송사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장수프로그램의 폐지로 리스크가 크다고 해서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것도 좋은 방향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시청자에게 새로운 재미와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이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