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황교익에게 ‘백종원의 골목식당’ 순기능은 안 보이는 건가

입력 2018-10-02 1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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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에게 ‘백종원의 골목식당’ 순기능은 안 보이는 건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대전 청년구단 편 중 ‘막걸리 테스트’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가운데 ‘골목식당’ 측은 “막걸리 테스트 과정은 맛을 정확하게 맞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골목식당’ 한 관계자는 2일 동아닷컴에 “대전 청년구단 편 막걸리 테스트는 촬영과 방송 과정에 있어서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테스트 목적이 막걸리 맛을 정확하게 맞히는 게 아니라 여러 지역의 막걸리 맛을 비교해보자는 취지다. 그 자리에서 맛을 보고 느끼는 점을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방송에서도 맛을 맞히는 것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장사하는 방법, 기존 음식 맛에서의 변화, 개선점을 이야기하자는 취지다. 함께하는 솔루션이다. 문제를 맞히는 과정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였다”고 설명했다.

‘물맛’ 논쟁에 대해서는 “그것 역시 ‘물맛’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보다는 누룩을 연구한 사장님에게 다른 방법을 권하는 하나의 방향이다. 맛의 변화는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물인데, 이를 제안해본 것인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난달 12일 방송된 ‘골목식당’에서는 청년구단 가게들의 솔루션 진행 과정이 그려졌다. 그중에서도 백종원과 제작진이 준비한 전국 12개 지역 막걸리(청년구단 막걸리 가게 포함)를 맞히는 테스트가 진행됐다. 막걸리를 맛보고 어느 지역 막걸리인지 맞히고 맛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 것. 이는 앞서 청년구단 막걸리 가게 사장이 자신의 막걸리 맛에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낸 탓에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황교익은 “아무리 예능이라도 이건 (아니다)”라고 했다. 황교익은 1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아무리 예능이어도 이건…. 전국에 막걸리 양조장 수가 얼마나 되나. 나도 꽤 마셔봤지만 분별의 지점을 찾는다는 게 정말 어렵다. 무엇보다 한 양조장의 막걸리도 유통과 보관 상태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다. 12개의 막걸리 브랜드를 미리 알려주고 찾아내기를 했어도 ‘신의 입’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맞힐 확률은 매우 낮다. 이 막걸리들을 챙겨 가져온 사람은 다를 수 있지 않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막걸리 맛을 잘 안다고 잘 팔리는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구의 대박 떡볶이 가게 할머니는 떡볶이를 싫어하셔서 맛도 안 보신다는 거, 다들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황교익의 의견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그의 의견을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꽤 많은 이가 황교익의 의견을 반대했다. 그러자 황교익은 2일 다시 글을 남겼다. 그는 “내가 전국에서 12종의 막걸리를 선해 가져오겠다. 이를 맛보고 브랜드를 모두 맞힐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라. 내기를 걸어도 된다”고 응수했다.

방송을 보지 않고 이야기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방송 안 봤다. 이 기사 봤다. 기사에 방송 내용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오늘 오전에 다시 보기를 해서 방송 봤다. 방송 보니 더 가관이었다”고 ‘골목식당’ 방송을 저격했다.

그리고 황교익은 계속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 등의 의견이 담긴 기사를 게재하며 ‘골목식당’의 문제점을 지적 중이다. 이로 인해 온라인에서는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궁금하다. 황교익이 ‘골목식당’을 어떤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미식’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장사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골목식당’은 애초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고, 장사의 기본도 안 된 가게에는 그 기본을 가르쳐 손님에게 최소한의 대접을 이르게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막걸리 테스트’ 과정 하나로 전 회차의 솔루션을 부정하고, 그동안 엉망인 가게들의 환골탈태를 부정하는 모습이다. 장사의 기본도 안된 가게가 얼마나 많은가. 이를 부정하고 ‘맛 전문가’라는 이유로 프로그램을 저격만 하면 끝인 건가. 프로그램을 저격하기에 앞서 프로그램의 취지를 이해한 뒤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점을 밝히는 게 전문가들의 몫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황교익 의견은 ‘전문가의 오만’이 아닐까 우려된다. 한 시청자가 목소리를 냈다고 하기에는 그 역시 음식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방송 패널이기 때문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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