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임수향 “‘강남미인’ 통해 상처 치유+자존감 회복”

입력 2018-10-09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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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향 “‘강남미인’ 통해 상처 치유+자존감 회복”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극본 최수영 연출 최성범)은 성형 수술(이하 ‘성형’)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어릴 적부터 ‘못생김’으로 놀림 받고, 그래서 성형수술로 새 삶을 얻을 줄 알았던 여자 강미래(임수향)가 대학 입학 후 꿈꿔왔던 것과는 다른 캠퍼스 라이프를 겪게 되면서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예측불허 내적 성장을 그렸다. ‘외모지상주의’라는 현실적인 주제를 어렵지 않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성형’이라는 쉽지 않은 소재에도 작품을 택해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 임수향에게는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처음에는 작품 출연을 고사했어요. 원작을 알고 있었지만, ‘성형’이라는 소재가 여배우로서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대본을 보고 캐릭터에 대해 욕심이 생겼어요.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는 거예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고사했던 제 마음이 바뀌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라고요. 제작진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요. 정말 이 작품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수향의 선택은 성공적이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5.8%(16회, 닐슨 코리아, 전국기준)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막을 내렸다. ‘최약체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뒤집고 흥행에 성공했다. 이런 흥행에 뒤에는 캐릭터와 하나 된 임수향의 연기가 큰 역할을 했다. 원작 웹툰을 임수향을 모델로 삼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강)미래와는 많은 부분에서 닮았어요. 저도 상당히 소심해요. 남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오죽하면, 이전 소속사 대표님이 ‘눈치 좀 그만보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예요. 그래서인지 ‘눈치 보는 연기는 잘 한다’고 해요. 말투는 물론 연기에 힘을 빼니 미래에게서 제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사실 미래를 연기하면서 제가 가진 상처와 트라우마 같은 것들을 많이 치유했어요. 단단해진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힐링이 됐어요. 미래를 통해서 많이 배우고 느꼈어요. 미래는 제가 최고 애정하는 캐릭터(최애 캐릭터)예요. 앞으로는 미래를 품고 살아갈 것 같아요. 힘든 일이 있으면 미래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저를 찾아갈래요.”

작품을 통해 내석 성장을 이룬 임수향은 유난히 ‘강미래’에 애착이 강하다. 그만큼 그에게도 캐릭터 못지않은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수향은 “데뷔 초만 해도 자존감이 굉장히 낮았다. 세상에는 예쁜 사람이 너무 많더라. 감독님들이 내 눈, 코, 입을 하나씩 따져보는 게 보이더라. 그땐 ‘내가 정말 못난 사람인가’ 하는 생각에 우울해했었다. 지금도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다만, 이전과 다르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모든 사람의 기준을 맞출 수 없다는 거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트렌드는 변하니까 말이다. 그걸 다 만족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도 그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주로 선배들과 호흡하던 임수향은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최고참’(?) 선배로 불린다. 상대역인 차은우(아스트로 멤버)부터 단짝으로 등장하는 도희까지 출연자 대다수가 임수향보다 어리다. 그렇기에 나이 차이로 인한 거리감은 임수향이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사실 걱정했어요. (차)은우만 해도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혹시 내가 어려우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어요. 그런데 은우가 먼저 다가왔어요. 장난도 치고 연기에 대해 많이 물었어요. ‘누나 궁금한 거 있으면 제가 많이 물어 볼게요’라고 하는데, 22살 어린 친구가 굉장히 당돌하더라고요. 전혀 긴장하지 않아요. (도)경석와 많이 닮았어요. 동생이라기보다 친구 같아요. 성숙한 친구예요.”

7살 연하 차은우와 친구(?)가 된 임수향이지만, 로맨스 연기는 쉽지 않았다. 설레는 감정보다 연기라는 ‘노동’이 임수향을 힘들게 한 것이다.

“평소 촬영장에서 너무 장난을 많이 쳐서 키스신을 찍으면 어색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웬걸요. 어색하기보다 힘들었어요. 거의 녹초가 된 상태로 정말 오래 찍었어요. 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은우는 교복을 입고요. 설레는 감정은 생길 수가 없죠. (웃음) 키스신은 정말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예쁜 각을 찾아야 하거든요. 리허설을 정말 많이 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미래와 경석의 첫 키스가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만족해요.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그 상황에서 가장 예쁜 키스신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이 설렜다고 해주시니 감사해요. 오래 찍은 보람을 느껴요. 하하하.”

임팩트가 강했던 ‘악역’ 이미지를 벗은 임수향은 ‘선역’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수향의 작품 선택 기준을 뭘까. 임수향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작품이 잘 될지 알 수 없다. 진짜 잘 될 거로 생각한 작품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아직 뭐가 ‘잘 된다’고 말할 수 없다. 그저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내가 이 캐릭터를 진심으로 연기하면 사람들도 좋아해 줄 거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다행히 그동안 출연한 작품 대부분이 시청률이 좋았다. 감사한 일이다. 특별히 작품을 선별하는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20대의 마지막 작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성공적으로 마친 임수향은 차기작을 고민하고 있다. 서른 살을 앞둔 만큼 환기될 새로운 작품을 물색 중이다.

“서른 살에 대한 목표는 없지만, 조금 더 성숙한 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나이가 들고, 경험이 늘어나는 만큼 책임감도 생기니까요. 그만큼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은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아직 어떤 작품을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다만, 빨리 ‘리프레쉬’(refresh) 하고 싶어요. 환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차기작은 아마 그런 작품을 택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작품으로 인사드릴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좋은 작품으로 인사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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