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역대급 분노 ‘바람난 남편’, 개과천선 약속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가 양육환경이 아이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8일 방송된 ‘안녕하세요’에서는 자신은 만삭의 몸으로 아이 셋을 키우고 살림하느라 바쁜데 남편은 바다낚시에 빠져 속을 썩인다는 ‘바람난 남편’이라는 사연이 소개됐다.
바다낚시에 빠져 있는 고민주인공의 남편은 지난 8년간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낚시를 가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다고 했다. 살림과 육아를 등한시 하는 것은 물론 각종 장비를 마련하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낚시를 하느라 들어간 비용만해도 수천만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남편은 아내에게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고 이에 진지하게 대화도 나눠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그냥 “알았어”뿐이었다고 했다.
이어 등장한 남편은 “이런 게 고민거리가 되나 싶었다”고 했다. 이어 본인은 일주일에 4~5번 가던 낚시도 넷째가 생긴 이후로 1번 정도로 줄였고, 지난 몇 년간 아이들 씻기는 것을 도맡는 등 노력을 해왔다고 밝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남편의 소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출연진들의 공분을 사기 시작했다. 자신은 낚시 비용으로 수백만원을 쓰고 수십만원짜리 메이커 옷과 신발을 사 입으면서도 아내가 아이들 2~3천원짜리 핀을 산 것에 대해 나무랐고, 심지어 싸구려 임부복 사는 것도 일일이 얘기를 해야 된다고 했다.
남편은 아내가 쌓인 불만들을 털어놓는 동안 시종일관 차분한 어조로 “집사람이 손재주가 좋아요” “나는 옷을 자주 사지 않기 때문에 한번 살 때 좋은 것으로 산다” 등 갖은 이유를 들며 핑계를 대 보는 이들을 더욱 답답하게 했다.
사연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들 부부의 더 큰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남편은 아내가 아플 때도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술을 좋아하는데다가 주사까지 있다고 했다. 남편이 술 취해 자던 중 임신중인 아내의 배를 걷어차 그녀 혼자 병원에 간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남편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후 주인공들의 딸 셋이 스튜디오에 입장했고, 큰 딸은 엄마 아빠가 자주 싸우고 아빠가 큰 소리를 질러 놀라고 무서웠다고 했다.
고민주인공은 큰딸이 학교 심리검사에서 우울증이 심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남편은 이를 아내 탓으로 돌렸고 치료비가 비싸다며 치료를 포기했음을 밝혔다. 그것에 대해 남편은 경제적인 이유만이 아니라며 과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스스로 극복해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에 제작진은 녹화 전 실시한 큰 딸의 심리치료센터 검사 과정과 상담 결과를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심리상담전문가는 “소아우울감이 심각한 수준으로 보여진다”고 했고, “취약한 정서적인 부분들은 동생들에게도 이미 일정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전했다.
그동안 미소 띤 얼굴로 차분하게 말을 하던 아빠는 검사영상을 보며 얼굴이 어두워졌고,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착잡하네요”라 했고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에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끝으로 남편은 아내에게 “진짜 많이 사랑한다”고 했고, 아이들을 향해서는 “아이들은 제 미래고 제 앞날입니다”라며, “행복한 가정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약속을 전했다.
‘바람난 남편’ 사연은 남편의 이기적인 행동과 자신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출연진들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자신으로 인해 아이들의 심리상태가 위험한 상황으로 가고 있음을 알게 된 남편은 변화를 약속했고, 방송을 보는 모든 이들도 그의 변화를 응원하게 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말못할 고민까지 함께 나누는 전국 고민자랑 ‘안녕하세요’는 매주 월요일 밤 11시 10분 방송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