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가수 임창정, 데뷔 29년차 엄살쟁이

입력 2018-10-25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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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가수 임창정, 데뷔 29년차 엄살쟁이

연예계만큼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곳도 찾기 힘들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자신을 알릴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생존법을 터득하고 나면 더 큰 과제가 찾아온다. 얼마나 품위 있고 멋지게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정규 14집으로 돌아온 임창정은 이제 데뷔 29년차의 가수다. 앞서 전했듯이 이제 그는 단순히 험난한 가요계에서 오래 살아남은 것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멋지게 자신의 위치를 지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신곡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이하 하그사)는 이미 많은 후배 인기 가수들을 제치고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거머쥐었고 가온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다시 떠올린다.

“그래도 확실히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기는 해요. 이번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나갔는데 ‘하그사’ 라이브를 겨우 했어요. 예전에는 그냥 목으로 지르면 소리가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두 키 정도를 낮출까 하다가 간신히 반 키를 낮춰 라이브에 성공했죠. 망신당할 뻔 했어요.(웃음)”


그의 나이 이제 마흔 여섯, 세월이 흐른 만큼 가수의 목소리도 변한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적응하느냐 마느냐가 발전과 도태 사이를 가른다.

“녹음할 때는 술은 멀리 하는 편이고 담배는 5년 동안 완전히 끊었어요. 그래서 그나마 이 정도를 유지하는 거죠. 사실 어떤 훌륭한 가수의 목소리라도 조금씩 변하니까 괜찮아요. 하지만 다음 앨범엔 무서워서 이렇게 못할 것 같아요.”

시종일관 “예전 같지 않다”고 엄살(?)을 부리는 임창정이다. 그럼에도 그가 대중 가수로서의 감(感)과 감성(感性)은 오히려 더 예리해졌다.

“‘하그사’의 제목이 이렇게 긴 이유는 하나에요. 굉장히 상업적인 이유죠. 남자들은 늘 이별을 겪고 나서 사랑했던 이성에 대해 미안해하거든요. 곁에 있을 때 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요. 여자들은 남자들이 변했다고 하지만 남자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타이틀에 담았어요.”

남자들의 노래방 애창곡에 그의 곡이 늘 빠지지 않는 건 이처럼 핵심을 찌르는 센스 때문이다. 막 사랑을 시작할 때의 감정, 집착하는 사랑 대신 이런 포인트를 건드리는 건 어쩌면 본능인 동시에 재능에 가깝다.


데뷔 29년차임에도 임창정이 이토록 대중적일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의 결을 그 오랜 시간만큼 지켜온 팬들과 끊임없는 소통 덕이다. 임창정은 “이제 내 팬들은 나의 지인”이라고 말했다.

“이제 제 팬들은 시간이 흘러 3~40대가 되고 애 엄마가 되었어요, 이제는 저와 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눌 정도죠. 그래서 이번에도 앨범이 나오기 전에 데모를 들려줬어요. ‘하그사’를 들려주니 팬들 대부분이 ‘난 다른 곡이 좋지만 대중들이 듣기엔 이 곡이 타이틀이 되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한 마디가 꼭 듣고 싶었어요.”

임창정은 정규 14집이라는, 지금의 가요계에서 ‘위업’이라고 불러도 좋을 결과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는 “내게 앨범을 내는 건 팬들에게 숙제 검사를 받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임창정은 이제 음원 차트 1위나 앨범 판매량 같은 눈에 보이는 성적에 집착하지 않는다. 제주도 생활이 그에게 준 관대함이나 벌만큼 벌어서가 아니다. 29년차라면 당연히 그에 걸맞는 다른 지점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까 말했듯이 제 목소리는 변했어요. 분명히 예전처럼 콘서트에서 3~40곡을 연달아 부르지 못하는 날도 오겠죠. 그래서 더 노력해야 해요. 돈 받고 노래하는 건데 어떤 형태로든 노력을 해야죠, 그래서 악보도 못 보는데 열심히 피아노를 배우고 있어요, 콘서트 때 보여드리게 될 것 같은데 미리 말씀드리면 조금 많이 틀릴지도 몰라요.(웃음)”

사진│nhemg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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