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빅 히어로] SK 전병두의 인생 2막, “분석이 우승에 도움 되길…다들 다치지 마”

입력 2018-10-29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와이번스의 레전드 투수에서 원정기록원으로 자리를 옮겨 제2의 인생을 펼쳐나가고 있는 전병두 원정기록원이 4번째 우승을 염원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인천|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SK 와이번스 전병두(34) 원정기록원은 새로운 위치에서 팀의 4번째 별을 바라보고 있다.

2010년 SK의 마지막 한국시리즈(KS) 우승 멤버다. 좌완 강속구 투수인 그는 당시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자원으로 활약했다. 처음으로 치르는 포스트시즌(PS)이었음에도 KS 4경기에 모두 등판해 4.1이닝 평균자책점 0.00 2승 1홀드로 시리즈 4전승의 근간을 마련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28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 앞서 만난 그는 “포스트시즌 경험이 한 번 뿐이다. 타이밍과 운이 따랐다”며 “이제 SK가 다시 우승할 때가 되지 않았나. 지켜보는 입장에서 우승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2011년 어깨 수술 후 오랜 시간 재활과 싸우다 2016년 그라운드와 이별했다. 멀리 가지는 않았다. 2017년 구단의 제안으로 전력분석을 시작했다. SK가 상대하게 될 원정팀의 경기를 미리 찾아다니며 분위기와 전력 등을 두루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단 미팅 때 쓰일 자료를 만든다. “어떤 위치에 있든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도 ‘이 선수를 조심하라’며 가볍게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PS도) 분석한대로 경기가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 긴장된다.”

붉게 물든 응원석을 배경삼아 동료들과 가을 그라운드를 누빌 수 없는 것은 내심 아쉽다. 전 기록원의 2009~2010시즌엔 혹사라는 단어가 따라붙지만, 스스로는 “욕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내보내주면 감사하다고 나갔다. 자리를 잡고 싶으니 ‘몸 상태가 괜찮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했다”며 “당시 내 위치에선 솔직하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 때 욕심을 덜 부렸다면 지금도 야구를 같이 하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구단과 동료, 팬 모두에게 사랑받는 야구계 미담 제조기다. 뛰어난 운동 실력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에게 늘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는 평가다. 덕분에 그는 SK 구단에선 유일하게 은퇴 경기를 치른 주인공이 됐다. 그에 앞서 구단이 전 기록원의 5년에 걸친 재활 과정을 기다린 것도, 은퇴 후 원정기록원으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도운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마음만은 늘 동료들과 함께다. “선수 때도 열심히 했고, 재활도 최선을 다했다. 이후 제 2의 인생에서도 팀에 도움이 되고, 다른 분야에서도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전 기록원은 “우승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시즌을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SK가 우승을 하는 모습을 뒤에서 조용하고 묵묵하게, 웃으며 지켜보겠다.”

인천|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