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동병상련’ SK 한동민이 노수광에게 보내는 편지

입력 2018-10-29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한동민(왼쪽)-SK 노수광.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한동민(29)은 올해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정규시즌 13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4, 41홈런, 115타점의 성적을 거두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올라섰다. SK가 정규시즌 2위(78승1무65패)로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한 데에는 한동민의 힘이 컸다. 본인에게도 2012시즌 입단 후 처음 경험하는 가을잔치라 의미가 크다.

사실 한동민은 지난 해에도 가을잔치에 나갈 기회가 있었다. 팀은 정규시즌 5위(75승1무68패)로 와일드카드결정전(WC)에 진출했다. 그러나 그해 8월 8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가 발목을 다쳤고,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아 결국 시즌 아웃되는 불운을 겪었다. 단 한 개 차이로 데뷔 첫 30홈런 도달에도 실패해(29개) 아쉬움이 더 컸다. 올 시즌 막판 계단에서 넘어져 오른쪽 새끼손가락 골절상을 당한 1년 후배 노수광(28)의 아픔이 남 일 같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SK는 올 시즌 135경기에서 타율 0.313, 8홈런, 53타점, 출루율 0.383을 기록한 부동의 리드오프를 빼고 가을야구를 하고 있다.

“다친 시기도 그렇고, 2017시즌의 내 처지와 너무 비슷하다. 얼마 전에 함께 식사를 했는데, (노)수광이가 ‘미치겠다’고 하더라. 워낙 의욕적인 선수라 더 답답할 것이다.” 한동민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승부욕 하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노수광의 성향을 고려하면, 더욱 그럴 만했다. 노수광은 한동민에게 “제발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해 달라”는 말만 했다. 한동민은 “내가 잘한다고 되냐. (KS 진출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결과다. 잘될 것이다”고 후배를 위로했다.

문득 2017시즌을 떠올렸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던 시기다. 부상한 선수들은 “액땜했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많이 듣기 마련인데, 이 같은 말도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는 당사자의 마음을 완벽하게 위로할 수는 없다. 한동민은 “나도 사인이 나오지 않았는데 도루를 하다가 다쳤다. 그나마 야구를 하다가 다친 것이니 납득이 가는데, 수광이는 계단에서 넘어져서 다쳤으니 더 화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아픔을 겪었던 터라 조언 하나하나에 진심이 묻어났다. 누구보다 노수광이 지금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길 바랐다.

“내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귀에 안 들어올 것이다. 나도 그랬고, ‘액땜했다고 생각하라’는 말도 위로가 안 됐다. 처음에는 멘탈(정신력)이 산산조각나서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액땜했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많이 듣고 올 시즌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네 몸을 소중히 여겨라. 그리고 내년에 더 잘할 테니 힘을 내라.”

인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