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의 무대이자 마지막 불꽃의 땅…ABL의 순기능

입력 2018-10-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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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 김병현이 멜버른 에이시스 유니폼을 입고 호주야구리그를 누빈다. 김진우, 이재곤 등 KBO리그를 거친 한국인 위주로 팀을 꾸린 질롱 코리아의 리그 참가에 이어 김병현까지 가세하며 올겨울 호주리그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BK’ 김병현(39)은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생애 5번째 리그인 호주야구리그(ABL) 입단 소식이 전해졌다. KBO리그 출신들이 즐비한 질롱 코리아의 리그 참가에 김병현의 소식까지 전해지며 ABL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BK, 5번째 리그를 노크하다

멜버른 에이시스는 30일(한국시간)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BL에 한국팀 질롱이 있지만 우리는 가장 위대한 한국 선수를 영입했다. 월드시리즈 영웅 김병현을 환영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들은 김병현의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시절 투구 모습을 이용한 그래픽으로 영입 소식을 널리 알렸다.

김병현의 선수 생활 연장 자체가 화제다. 1999년 만20세에 애리조나에서 빅 리그를 밟은 김병현은 9시즌 통산 394경기에 등판해 54승60패, 2홀드86세이브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다. 2001년 애리조나, 2004년 보스턴에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한 차례씩 끼었다.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를 거친 김병현은 2012년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하며 KBO리그를 밟았다. 선발과 불펜을 오갔지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2014년 KIA 타이거즈에 트레이드됐다. 고향인 광주로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2016년 KIA에서도 방출됐다.

김병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7년 10월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 기간테스 델 시바오에 입단하며 현역 연장의 꿈을 이어갔다. 간절한 의지는 김병현에게 다시 유니폼을 입혔다. 김병현은 미국과 일본, 한국, 도미니카공화국, 호주 등 5개 리그를 거치는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됐다.

멜버른 에이시스는 30일 SNS를 통해 김병현의 입단 소식을 전했다. 사진출처|멜버른 에이시스 페이스북


● 한국판 윈터리그? ABL이 반가운 이유

ABL은 빅토리아주 질롱을 연고로 하는 질롱 코리아를 비롯해 호주 6개, 뉴질랜드 1개팀으로 구성돼있다. 목~일요일까지 주4회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팀당 40경기 일정이다.

질롱 코리아는 이미 KBO리그를 거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KIA의 ‘풍운아’ 김진우를 비롯해 롯데 자이언츠~KT 위즈를 거친 옆구리 투수 이재곤 등이 중심이다. 이미 호주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구대성 감독에 선수협 사무총장 출신 박충식 단장을 선임하며 팀 구성 단계부터 ‘한국 구단’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김진우, 이재곤 등 이름값이 있는 선수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 모두 야구에서 최소 한 번 이상의 실패를 맛봤다. 이들은 ABL이 없었다면 마땅한 뛸 곳을 찾지 못해 야구를 접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ABL은 ‘동아줄’이다. 고창성의 경우처럼, KBO리그에서 호주로 갔다가 다시 KBO리그로 복귀한 케이스도 있다.

여기에 여전한 스타성을 가진 김병현마저 ABL에서 뛰게 되며 한국 팬들의 관심도는 점점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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