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SK 최정의 아우 사랑 “항이는 멘탈 좋아서 긴장 안 하겠죠?”

입력 2018-11-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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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정(왼쪽)-최항. 스포츠동아DB

2018 포스트시즌(PS)을 함께하고 있는 SK 와이번스 최정(31)과 최항(24) 형제는 남다른 우애를 자랑한다. 형은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고, 동생은 형의 말 마디마디를 가슴에 새긴다. 이들은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PO)에 이어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에서도 덕아웃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다.

최정은 2016~2017시즌 2년 연속 40홈런을 넘기며 이 부문 타이틀을 차지한 KBO리그 최정상급 거포다. 그러다 보니 최항은 입단 당시부터 ‘최정의 동생’이라는 호칭이 익숙했다. 공격력이 뛰어난 기대주로 평가받았지만, 최정의 그림자를 쉽게 지우기 어려웠을 터다. 그러나 트레이 힐만 감독이 부임한 2017시즌부터 최항의 야구인생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7시즌 37경기(타율 0.321, 1홈런, 16타점)에 출장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더니 2018시즌에는 98경기에서 타율 0.293(222타수65안타), 7홈런, 35타점의 성적을 거두며 공격력을 입증했다. 최정도 이런 동생의 성장을 보며 누구보다 기뻐했다. 무엇보다 같은 팀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KS와 같은 큰 무대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쁨이다.

KS로 향하는 과정도 드라마 같았다. 두 형제가 모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서다. 최정은 PO 5경기에 모두 출장해 1~2차전에서 연달아 홈런을 터트리는 등 타율 0.313(16타수5안타), 2홈런,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최항은 3-3으로 맞선 5차전 6회 3타점 2루타를 폭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야말로 ‘형제의 난’이 따로 없었다. 특히 동생이 큰 경기에서 압박감을 이겨낸 모습을 본 형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만큼 믿음이 확고하다. 최정은 “오래간만에 KS라는 큰 경기를 하다 보니 긴장이 된다”면서 “(최)항이는 멘탈(정신력)이 좋아 긴장하지 않을 것 같다. PO 5차전 때 적시타를 치는 모습을 보니 엄청나게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처음 타석에 나갈 때 뭔가 칠 것 같더니 두 번 헛스윙을 하길래 안 되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내고 안타를 치더라. 내가 더 기분이 좋았다. 일단 KS를 치르게 된 것 자체로 기분이 좋은데, 이제는 이겨야 한다”고 외쳤다.

최정은 큰 경기를 여러 차례 경험한 타자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시즌 연속 KS 무대를 밟았다. 올해는 6년 만의 KS 경험이다. 특히 2009시즌과 2011~2012시즌에도 올해처럼 PO에서 5차전까지 혈투를 벌이고 KS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동생에게도 큰 도움이 될 법한 조언이 이어졌다.

“타자들은 경기를 하고 올라온 게 감각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투수가 문제다. 힘이 떨어지고 볼 끝이 무뎌진다. 정규시즌 우승팀은 푹 쉬고 올라오면 투수들의 공이 정말 좋더라. 같은 스피드라도 무브먼트가 다르다. 그러다 보니 항상 ‘힘을 빼고 치라’는 조언을 들었다. 나도 풀스윙보다는 콤팩트한 스윙을 하려고 노력했다. 좋았던 감각을 잊지 않고 실전에서 보여주는 게 관건이다.”

과거 SK 조동화-삼성 라이온즈 조동찬 형제가 KS에서 맞대결을 펼친적은 있지만, 한 팀에서 형제가 KS 무대를 치르는 것은 최정-최항 형제가 KBO리그 역사상 처음이다.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아름다운 형제는 KS 우승이라는 똑같은 꿈을 향해 가고 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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