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0의 행진’, 오승환의 불펜 KS MVP, SK 김태훈이 이을까

입력 2018-11-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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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김태훈은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 1∼5차전에서 3경기 5.2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며 1승 2홀드를 올렸다. 구원 투수로 2005년과 2011년 두 차례나 KS MVP에 올랐던 오승환(당시 삼성 라이온즈)이 떠오르는 맹활약이다. 스포츠동아DB

불펜투수가 짊어지는 운명은 가혹하다. 무사히 위기를 넘기면 본전에 가까운 평가를 받지만, 점수를 내줄 때는 비난의 화살을 홀로 온몸으로 받아야 한다.

압박의 강도는 매 경기 비슷하지만 ‘가을야구’라는 타이틀 아래에선 상황이 사뭇 달라진다. 특히 우승 트로피가 걸려 있는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선 더욱 더 그렇다.

SK 와이번스 김태훈(28)은 최근 이런 압박을 가장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는 선수다. 놀랍게도 올해 KS 세 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ERA) 0.0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승2홀드까지 기록해 팀의 3승 선취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플레이오프(PO)를 포함하면 7연속경기 무실점이다.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팀에서 가장 빛나는 조명을 받는 선수는 아니다. KBO 포스트시즌(PS)은 매 경기 데일리 MVP를 선정한다. 해당 경기에서 가장 기여도가 높은 선수에게 상금과 함께 수상의 영예가 주어지는데, 김태훈은 PO 4경기, KS 3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한 번도 데일리 MVP를 타지 못했다. 1~2이닝만을 소화하고 내려가는 불펜투수의 얄궂은 운명 때문이다.

그러나 김태훈에게는 아직 가장 큰 타이틀을 거머쥘 기회가 남아있다. 바로 매해 오직 단 한 명의 선수에게만 허락되는 KS 시리즈 MVP다. 시리즈 MVP는 보통 우승팀 타자들과 선발투수들에게 돌아간다. 승리투수 또는 결정적 타점을 올린 타자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KIA 타이거즈 양현종, 2016년에는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트로피의 주인공이었다.

불펜투수가 KS 시리즈 MVP를 받은 사례는 2011년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뛴 오승환이 마지막이었다. 오승환은 당시 KS 4경기에 등판해 3세이브(ERA 0.00)를 올리며 2005년 이후 두 번째 KS 시리즈 MVP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불펜투수 KS MVP는 지난해까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김태훈은 10일 5차전이 끝난 뒤 “불펜투수가 시리즈 MVP를 받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잘 부탁드린다”며 MVP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만약 올해 SK가 우승을 차지하고 김태훈이 MVP에 오르면 2011년 오승환 이후 7년 만에 불펜투수 MVP가 탄생하게 된다. 동료 경쟁자로는 KS 선발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메릴 켈리, 김광현, 그리고 타자들 중에선 베테랑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김강민 정도를 들 수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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