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데자뷔…두산, 또 믿음의 야구로 SK에 막혔다

입력 2018-11-13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가 열렸다. SK에 패하며 준우승을 거둔 두산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과정도, 결과도 10년 전의 ‘데자뷔’였다. 2007~2008년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SK 와이번스에 연달아 무너졌던 두산 베어스가 올해도 고개를 숙였다. 다른 결과를 바랐지만 접근 방식이 같았던 것이 문제였다. 두산은 최근 4년 연속 KS 진출에도 2년째 준우승에 그치며 왕조 구축에 실패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KS를 앞두고 10년만의 SK와 재회에 대해 “솔직히 큰 의미를 두지 않는데 미디어를 비롯해 주위에서 얘기를 많이 한다”며 “당시 코치들과 술도 한 잔 하며 많이 울었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당시 추격자였던 우리는 올해 정규시즌 1위로 KS에 올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의 말과 반대로 ‘그때’와 ‘지금’은 다르지 않았다. 결과는 물론 과정도 10년 전의 재판이었다. 당시 두산 지휘봉을 잡았던 김경문 감독은 믿음의 야구에 발등 찍혔다. 꾸준히 신뢰한 김현수(현 LG 트윈스)의 2008년 KS 5경기 타율은 0.048(21타수 1안타)였다. 김 전 감독의 믿음은 극단적 시프트와 허를 찌르는 교체를 선보인 김성근 당시 SK 감독과 선명히 대조됐다. 떨어진 타격감 회복이 쉽지 않은 단기전 특성상 벤치가 기민하게 움직여야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같은 실수를 답습했다. ‘베스트9’ 중 박건우, 김재호, 오재일, 오재원, 허경민 등 5명의 타격감이 바닥이었지만 선발 라인업은 대동소이했다. 김재환이 부상으로 3차전부터 이탈했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오재일이 5차전만 대타로 출장시켰을 뿐이다. “출장하던 선수들이 계속 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김태형 감독의 설명이었다.

반면 SK의 벤치는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2루수·좌익수·지명타자의 기용을 다채롭게 하며 선수단의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힐만 감독이 무한한 신뢰를 보낸 단 한 명, 최정은 6차전 3-4로 패색이 짙은 9회초 2사에 극적인 동점 솔로포로 응답했다. 홈런 전까지 KS 타율 0.067로 침묵하던 최정은 신뢰의 이유를 증명했다.

반면 두산 선수들은 감독의 믿음에 응답하지 못했다. 4연속 KS 무대를 밟았고 올 정규시즌에 KBO리그 단일 시즌 팀 타율 1위(0.309)를 합작한 두산 타자들은 오히려 초조해했다. 김태형 감독이 6차전에 앞서 “4년 연속 KS 무대를 밟았는데 의연해지지 않는다”고 아쉬워한 이유다. 두산의 ‘가을 DNA’는 원조 SK에 못 미쳤다. 이들에 기댔던 김태형 감독은 결국 10년 전 김경문 감독과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

비록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두산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등 올해도 KBO리그를 선도하는 ‘리딩 클럽’으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마지막 순간에 웃지 못했지만 2018년 가을, 두산은 멋진 조연으로서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