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를 떠나 한화 이글스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는 외야수 홍성갑이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새 출발을 다짐하며 구슬땀을 쏟고 있다. 더 이상 ‘거포 유망주’에 머물지 않고 1군에서 확실히 자리 잡기 위해 수비훈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라커룸에서 짐을 빼기 무섭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화 이글스 구단 관계자였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합류할 수 있게 훈련 잘하고 있어라.” 대전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원 소속구단인 넥센 고형욱 단장도 “한화에서 (홍)성갑이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한화는 천안북일고를 졸업한 홍성갑의 연고 팀이기도 했다. 바로 다음날 대전으로 내려가 장비를 지급받고 미야자키행 비행기에 올랐다. 17일 미야자키 기요타케운동공원 내 소켄구장 한켠에서 마주앉은 홍성갑은 한화 연습복을 입고 있었다. 정식 계약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러웠지만, 그의 말 마디마디에 간절함이 느껴졌다.
● “무조건 잘 해야 한다”
홍성갑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연고 팀에 합류했다는 사실보다도 소속팀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의욕이 앞선다.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음뿐이다. 그만큼 절실하다.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으니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열심히 훈련하면 또 다른 미래가 펼쳐지지 않을까요.” 18일에는 장종훈 수석코치와 함께 쉴 틈 없이 티배팅을 했다. 그물을 가르는 타구에 힘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스윙 하나하나에 혼을 실었다.
홍성갑. 스포츠동아DB
● “타격이 가장 자신 있다”
공격에 장점이 많은 선수다. 입단 첫해인 2011시즌부터 통산 1군 출장경기가 66게임(2014~2018시즌)에 불과하지만, 2016시즌부터 우타 대타 요원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2군에서는 76경기 타율 0.325(243타수79안타), 15홈런, 65타점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뽐냈다. 수비력만 향상하면 확실한 1군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용규와 최진행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현시점에서 외야에 공백이 생기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둘 다 재계약에 성공한다고 해도 1군 경험이 있는 백업 자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힘 있는 우타자로 평가받는 홍성갑도 그 자리를 메울 잠재적 후보군이다. 미야자키에서 꾸준히 수비 훈련을 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다소 부족한 수비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그는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타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아직 좋았을 때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의욕이 앞서는 것 같다”고 밝혔다.
● “내가 기회를 못 잡았다”
2016시즌 1군에서 44게임에 출장했다. 데뷔 후 가장 오랫동안 1군에서 버틴 시즌이었다. 이 기간에 잠재력과 더불어 남다른 승부욕도 마음껏 뽐냈다. 팬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시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때 찾아온 기회를 완벽하게 살리지 못했던 게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타율 0.226(62타수14안타), 7타점의 성적을 거둔 게 전부였다. “처음 지명 받았던 구단에서 잘하면 좋았겠지만, 그 기회를 내가 못 잡았다. 경쟁에서 밀린 이유다. 기회를 많이 받은 성장의 적기도 있었다. 그 때 잘했으면 경쟁도 됐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게 가장 아쉽다”고 밝힌 홍성갑은 “지금의 시간은 쇼 케이스다. 잘해서 내년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캠프에 가야 기회도 온다”며 분발을 다짐했다.
미야자키(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