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감독 캠프 결산인터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열렸다!”

입력 2018-11-22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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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이 22일 마무리캠프지인 일본 미야자키 기요타케운동공원 내 실내연습장에서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외유내강(外柔內剛).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러우나, 마음 속은 꿋꿋하고 굳세다는 것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53) 감독은 KBO리그 10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이 사자성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로 꼽힌다. 열정적이면서도 소통에 능해 선수들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 탁월하다. 그러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선 거침없이 질타한다. 선수들이 결코 긴장을 늦춰선 안 되는 이유다. 게다가 감독 부임 첫해인 2018시즌을 통해 수 년간 코치로 일하며 갈고 닦은 지도력을 입증했고, 정규시즌 3위(77승67패)로 11년 만에 팀을 가을잔치에 올려놓는 성과까지 냈다. “KBO리그에 좋은 감독이 한 명 더 탄생했다.” 한화 박종훈 단장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 중인 한 감독은 22일 스포츠동아와 만나 2018시즌을 돌아보고 다가올 2019시즌의 비전을 들려줬다. 25일 귀국을 앞두고 마무리캠프 결산도 잊지 않았다.

●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열렸다”

-이번 캠프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먼저 2018시즌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부임하기 전까지 한화는 베테랑 선수들의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팀이었다. 올해는 노장의 활약도 컸지만, 신진급 선수들이 새로운 자리에 들어가서 팀이 젊어졌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이번 캠프도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했는데, 이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가 더 탄탄한 팀이 되기 위해선 이번 캠프에 참가한 젊은 선수들이 더 치고 나와야 한다. 2018시즌 1군에서 뛰었던 정은원, 지성준 등을 보며 ‘우리도 열심히 하면 2019시즌에 기회가 있겠구나’라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본다. 선수들의 움직임과 집중력이 아주 좋아졌다. 활력이 넘친다.”

-한 선수가 ‘한화에선 한 만큼 기회가 온다’고 했다.

“베테랑이든 신진세력이든, 자기가 가진 역량만 발휘할 수 있다면 맞는 말이다. 우리는 도전하는 입장이다. 새로운 선수들이 뭔가 보여준다면 또 다른 기회가 올 수 있다. 메시지가 전달됐으리라 믿는다. 훈련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에 강도 높게 진행했다. 선수들의 의식 자체가 달라졌다.”


-지난해 부임하자마자 첫 공식일정도 마무리캠프였다. 그때와 차이는.

“지난해에는 여러 경험을 했지만, 팀의 수장으로서 처음 훈련을 지휘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었다. 여러 가지가 미흡했다. 2018시즌을 치르면서 우리 팀에 무엇이 부족한지를 많이 깨달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뎁스(선수층)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파악했다. 그에 따라 효율적으로 일정을 짜서 잘 돌아간 것 같다.”

-부임 첫해부터 큰 성과를 냈다. 2018시즌은 야구인생에서 어떤 한 해였나.

“나도 누구 못지않게 파란만장했다. 다양한 일을 해봤고, 선수를 그만둘 뻔한 적도 있다. 11년만에 가을야구에 나가고, 3위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 내 인생에서 가장 ‘팩트’가 있었던 것 같다. 나도, 팀도 ‘팩트’가 있었다. 시즌 중반에 힘든 일도 겪었고, ‘감독이라는 게 이런 자리구나’ 싶기도 했지만, 야구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시즌이다.”


-경기 중에 절대 덕아웃 의자에 앉지 않은 것은 항상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메시지인가.

“그게 가장 확실한 팩트다. 나는 경기에 집중하는데, 선수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가족들이 걱정하더라. ‘하루 종일 서 있냐. 앉아서 하라’고. 하지만 체력이 허락하는 한 서서 경기를 지켜볼 것이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 스스로 편안함을 없애야 나부터 긴장하고 집중할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스태프와 선수들도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나부터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서있는 것이다. 내가 서 있는데 코칭스태프가 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까.”(한 감독은 한화 감독대행 시절인 2012시즌에도 항상 일어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 양의지 등 대형 FA 영입은 시기상조 왜?

-1차 목표였던 뎁스 강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나.

“아직 멀었다. 3위를 하면서 주변의 눈높이가 올라갔다.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커져서 부담도 크다. 아직 우리는 준비가 덜 된 팀이다. 매년 강팀의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선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솔직히 프리에이전트(FA) 양의지 같은 좋은 선수를 욕심내지 않는 감독이 어디 있겠냐만, 그 욕심을 비울 수 있는 이유가 지금 팀의 상황이다.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지만, 멀리 보면 좋은 쪽으로 흘러갈 것 같지 않아 (FA 영입은) 이르다고 생각을 굳혔다. 또 기존 선수들의 상실감도 클 것이다. 팀이 80~90%의 전력을 갖췄다고 판단했을 때 100%를 채워서 도전해야 한다. 뎁스가 더 두꺼워져야 한다.”

-성적이 나오면서 뎁스 강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인가.

“리빌딩을 한다고 해서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 순간 몰매를 맞는다. 성적과 리빌딩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리빌딩’만 하다 보면 늦어진다. 성적이 따라가지 않는 리빌딩은 없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긴 잡았는데, (순위가) 너무 높았다. 그에 따른 우려도 있다. 일단 내가 있는 동안에 더 강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재임 기간에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새로운 감독이 왔을 때도 강한 팀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 토종 선발자원이었다.

“올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다. 일부러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밀어붙였지만, 생각했던 만큼은 올라오지 못했다. 캠프 오기 전에 코칭스태프, 특히 투수 파트 코치들에게는 ‘캠프지에 데려온 투수들 모두 선발 스타일로 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금 투수 몇 명은 경쟁을 해도 될 정도로 좋아졌다. 2019년에는 새로운 선수들이 또 도전할 것이다.”


-2019시즌의 비전이 듣고 싶다.

“내년에도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서 승부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2018시즌 활약한 선수들과 신인들이 조화를 이루면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신인들도 주전급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그래야 매년 우승권에 도전하는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다.”

미야자키(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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