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김종민 “악플 보면 마음 무거워…인기 무너질까 불안”

입력 2018-11-25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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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좋은 미소, 어수룩한 모습, 들뜨고 흥분한 목소리 톤과 말투. 대다수가 떠올리는 가수이자 방송인 김종민이 ‘이미지’는 [완벽하진 않지만 정 많고 순박한 청년]이다. ‘1박2일’ 등 각종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보여준 캐릭터들이 크게 한 몫 했다.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콘셉트”라고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콘셉트라는 반응에 제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재밌게 하려고 오버한 적은 있어요. 그럴 땐 항상 질타를 받았죠. 재밌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위의 멘트를 완성하기까지의 김종민은 방송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마음이 앞선 나머지 흥분했고, 때때로 말이 끊겼고, 헤실헤실 웃었다. 그리고 너무나 솔직했다. 이 모습이 콘셉트라면 김종민은 연예대상이 아니라 연기대상을 받을 재목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히스토리 채널의 ‘뇌피셜’은 그런 김종민의 토론쇼다. 무논리, 무근본 1:1 토론 배틀 웹 예능으로 논리와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김종민이 단독 MC로 나서 신선한 프로그램. 지난 7월 첫 공개 이후 10회만에 유튜브 단독 조회수 1000만회를 돌파한 ‘뇌피셜’은 성원에 힘입어 단독 채널을 개설했다.

“평소에 제 생각을 이야기 못할 때가 많아요. 괜히 말했다가 욕먹거나 혼날까봐서요. 하지만 여기서는 나름대로의 나만의 지식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시원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스트레스를 풀고 있죠. 하다 보면 논리를 갖출까봐 걱정되지 않냐고요? 전혀요. 정해진 용량이 있어서 하나가 들어가면 하나가 나와요. 하하하.”


‘뇌피셜’에서 김종민은 MC인 동시에 플레이어다. 초대된 게스트와 함께 하나의 주제를 두고 양측의 입장을 주장하면서 토론을 펼친다. 보통의 토론쇼에서 보기 드문 역할. “참고한 방송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종민은 “참고가 안 되더라. MC라면 말을 유창하게 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해서 게스트에게 MC를 하라고 한 적도 있다. 내가 게스트가 되는 시스템을 최초로 시도 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번에 ‘뇌피셜’ 시즌2를 시작하면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진행을 잘하는 것 같아서 혼자 ‘이래도 되나?’ 걱정도 해죠. 어휴. 방송 보니 아니더라고요. 역시 쉬운 게 아니구나 싶어요. 게스트 1명과 이야기하는 건데도 이렇게 어려운데 여러 명과 인터뷰하는 MC 형님들은 어떻게들 하시는 걸까요. 존경심이 솟더라고요.”

그렇다면 제작진은 대체 왜 김종민의 토론쇼를 만들었을까. 기획자와 연출자 모두 김종민의 잠재된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뇌피셜’을 기획한 김주형 PD는 “김종민은 겸손한 사람이다. 집단 버라이어티를 할 때는 주도적이기보다는 본인의 위치를 인지하고 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며 “‘뇌피셜’에서는 MC의 롤이 있다 보니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이끌려고 하더라. ‘주어지는 환경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김종민의 매력이 프로그램과 결합돼 잘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뇌피셜’을 연출하는 고동완 PD는 “주눅들 줄 알았는데 말을 계속 하려고 하더라.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상황)’를 없애려는 모습에서 실력을 봤다. ‘뇌피셜’이 김종민에게 MC로서 성장하는 발판이 됐으면 했는데 실제로 그런 것 같아서 제작진으로서 뿌듯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두 PD가 이렇게 나서서 멍석을 깔아줬건만 김종민은 ‘뇌피셜’의 의미에 대해 “내 거. 다른 건 다른 MC 거”라고 해맑게 외쳤다. 그는 “‘뇌피셜은 내 거니까 뺏으려고 하면 안 된다”며 “다른 분이 가져갈까봐 너무 불안하다”면서 웃었다.


2016년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 수상 이후 슬럼프 없이 승승장구 중인 김종민. 히스토리 웹예능 ‘뇌피셜’을 비롯해 밀실 팀플레이 예능 ‘대탈출’, 넥플릭스의 첫 한국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시리즈, 음악 여행 예능 ‘동네 앨범’, 연애 예능 ‘연애의 맛’ 등 다양한 매체와 장르의 프로그램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큰 사랑을 받아서 너무 감사하지만 그만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람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한 번에 무너질까봐 불안해요. 항상 조심스러워요. 하지만 기분 좋은 지금을 최선을 다해서 많이 누리려고요. 내려올 때는 내려오더라도 최대한 만끽해야죠.”

올해 연예대상 수상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마음을 내려놓았다. 김종민은 “확실히 나는 아니다. 이미 지난 대상으로 가문의 영광을 누렸다. 뭐라도 주시면 받겠지만 대상은 아닌 것 같다”며 “KBS만 이야기하자면 (차)태현이 형도 있고 (신)동엽 형도 있고 (유)재석 형도 있고 너무 쟁쟁하다. 내가 함부로 이야기했다가는 질타를 받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인터뷰에서 뜻밖의 ‘질타’라는 단어를 여러 번 언급한 김종민. 그는 “대체 복무 후에 ‘1박2일’에 복귀할 때 욕을 많이 먹었다. TV 보는 분들이 기분 안 좋으시면 안 되지 않나. 조심해야 겠더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김종민은 평소 시청자들의 반응을 찾아보고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반응을 보려고 노력해요. 다 못 찾아보겠지만 ‘베스트 댓글’을 보려고 하죠. 그러다 악플을 보면 잘 떨쳐내진 못하는 편이에요. 어깨에 뭔가 올린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진 달까. 다만 요즘은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말의 의도를 파악하는 노하우가 생겼어요. 이유 없이 욕하는 건지 제가 잘 되라고 그러는 건지 글의 감정 선을 파악하려고 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의 말은 기분 좋게 넘기는 노하우가 생겼어요. 하하”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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