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가 서브와 리시브의 경기라는 것을 보여준 대한항공

입력 2018-11-25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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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대한항공이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도드람 2018~2019 V리그 2라운드에서 4연승을 달리는 두 팀이 마침내 만났다. 8승2패 승점24의 선두 대한항공은 19일 KB손해보험전 이후 6일의 준비과정이 있어 여유로운 편이었다. 4연승으로 7승4패 승점17을 기록중인 4위 삼성화재는 22일 우리카드와의 혈전 이후 사흘만의 경기였다. 앞으로 경기일정이 빡빡할 대한항공과 남은 일정에 여유가 있는 삼성화재는 공통적으로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맞대결을 2라운드의 최대 고비로 여겼다.

● 요즘 삼성화재가 롤러코스터 배구를 하는 이유

2라운드 4연승의 삼성화재는 최근 3경기 연속 풀세트 대접전을 했고 모두 역전승을 거뒀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세트마다 천차만별의 경기를 하는 바람에 5세트까지 자주 내몰리고 있다. 세트를 내줄 때는 쉽게 무너질 것 같은데 끝까지 버텨내는 것을 보면 삼성화재의 탄탄한 저력을 생각나게 만든다.

신진식 감독은 현재 삼성화재의 경기력이 종잡을 수 없는 이유로 범실을 들었다. “서브범실이 많아지면 경기가 쉽게 넘어간다. 다른 팀도 그렇겠지만 서브범실이 15개를 넘어가면 한 경기에 30개 이상의 범실을 한다”고 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팀을 버텨준 것은 신진식 감독의 기막힌 선수교체였다. 들어가는 선수들마다 기대이상을 해주는 바람에 역전승이 많았다. 감독은 “그 선수들 믿어서 교체한 것이 아니라 지금 코트에 있는 선수가 못해서 교체한 것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백업 선수들은 여름에 힘든 훈련을 모두 다했다”면서 대역전승의 원동력으로 훈련장에서 흘린 땀을 꼽았다.

대한항공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신진식 감독은 “강한 서브를 우리 리시브가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공격력은 비슷하다고 본다. 한선수의 빠른 플레이를 얼마나 서브로 잘 공략하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관건은 범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항공 한선수. 사진제공|대한항공


● 얼음판 위에서 연승을 내달리는 대한항공의 속사정은

4연승으로 순항중인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도 범실을 2라운드 전승으로 향하는 최대고비 삼성화재전의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삼성화재는 원래 범실이 적은 팀이다. 공격력이 강하고 타이스가 한창 물이 오른 상태다. 우리가 예상보다 2라운드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항상 살얼음판 위에 있다”고 했다. 살얼음판의 실체를 묻자 감독은 한선수를 언급했다.

“지금까지 한선수가 적절히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이전까지도 최고의 세터였는데 지금은 원숙미까지 더해졌다. 더 여유가 있어졌고 정확성도 높아졌다. 이번 시즌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이 고르지 않는데 그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배분을 하고 공격수 관리까지 해가면서 이기기까지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적 정신적으로 안정이 됐고 잘하고 있지만 체력이 문제다. 지금은 이를 악물고 버티는데 체중이 줄고 얼굴도 해쓱한 상태다. 언제 위기상황이 올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얼음판 위에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 신진식 감독(가운데). 사진제공|KOVO


● 대포와 기관총의 대결 결과는

두 팀의 공격스타일은 확연히 달랐다. 삼성화재는 양쪽 날개에서의 타점 높은 대포공격에서 득점이 나왔다. 대한항공은 네트를 넓게 쓰는 공격수들의 빠른 기관총포가 주득점원이었다. 1세트 7-8에서 정지석의 강한 서브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김형진의 더블콘택트 범실이 나왔다. 이후 정지석이 2연속 에이스를 성공시키며 11-7로 벌어지면서 팽팽한 균형이 무너졌다. 대한항공은 6개의 에이스로 삼성화재의 리시브라인을 흔들었다. 반면 삼성화재는 11개의 범실 가운데 서브범실이 무려 8개였다.

2세트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이 택한 변화는 리베로를 백계중으로 고정한 것이었다. 그 덕분에 리시브가 안정되면서 16점까지 세트를 리드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가스파리니의 서브타임 때 4연속 득점으로 역전했고 19-19에서 곽승석의 서브타임 때 또 3연속 득점을 하며 삼성화재의 추격을 뿌리쳤다.

타이스가 12득점을 하고도 패한 2세트 삼성화재의 리시브 효율은 26%였다. 대한항공은 무려 67%였다. 역시 배구는 잘 받아야 이기는 경기였다.

3세트 대한항공은 9-8에서 김규민의 서브타임 때 또 5연속 득점을 하며 5연승을 향하 내달렸다. 세터 김형진의 연결이 흔들리면서 삼성화재의 장점인 대포가 터지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디그에 이은 반격으로 점수를 추가했다.

대한항공. 사진제공|KOVO


대한항공의 수비조직력이 어느 때보다 빛났다.

18-13에서 한선수는 트리플크라운에 백어택 2개만을 남겨둔 곽승석에게 파이프공격을 계속 연결해 개인통산 2번째 대기록을 만들어줄 정도로 경기상황을 지배했다. 신진식 감독은 황동일 이강원 손차훈 등의 교체카드로 반격을 노렸지만 최근 연이은 강행군으로 몸이 무거워진 삼성화재 선수들의 대역전극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대한항공은 세트스코어 3-0(25-18 25-21 25-17)으로 경기를 끝냈다. 5연승의 대한항공은 9승(2패)째 승점27을 쌓았다. 삼성화재는 5패(7승)째를 당했다. 대한항공은 11-1로 서브에이스에서 압도했다. 역시 배구는 서브와 리시브의 경기라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줬다.

대전|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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