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흥행 우려 깨고 깊은 공감대 형성
“유의미한 영화이길 원한다”는 제작진의 바람이 관객과 통했다. 경제 아이템을 다룬 영화는 흥행하기 어려울 거란 편견도 깼다. 멀티캐스팅 영화의 중심은 남자배우여야 한다는 고정관념 역시 허물어뜨렸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쌓은 의미 있는 성과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손익분기점(260만명)을 돌파하고, 개봉 3주차 주말인 16일 현재까지도 350만 관객 동원을 이어간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은 경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첫 상업영화다. 이전까지 주식 등을 소재 삼은 적은 있지만, 나라와 국민이 당면한 경제 위기의 실화를 현실감 넘치게 스크린에 옮긴 작업은 처음이다. 관객들이 ‘IMF가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당시 경제 위기를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한 과감한 기획에 기대의 시선도 있었지만 개봉 직전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무겁고 진중한 경제 이야기, 특히 지금까지도 아물지 않은 IMF 외환위기 실화라는 점에서 ‘흥행 예측’은 쉽지 않았다.
결과는 달랐다. ‘국가부도의 날’의 흥행은 앞서 경제 이야기를 소재 삼은 ‘빅쇼트’(44만명) 등 할리우드 영화가 국내에서 거둔 기록과도 뚜렷하게 다르다. 현실을 적극 반영한 이야기에 그만큼 관객이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마케팅사 퍼스트룩의 강효미 대표는 “경제 이야기가 어렵거나 낯설 거란 우려가 있었지만 정작 관객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자신의 경험, 현재 경제 상황에 빗대 이성적이면서도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제작진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영화에 가장 몰입하는 관객층은 ‘40대 남성’. 가장인 동시에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 연령층인 만큼 영화의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스타급 배우 여럿이 전면에 나선 영화의 중심을 여성 캐릭터로 내세워 성공한 것도 영화의 성취다. 이를 배우 김혜수에 맡긴 건 최적의 캐스팅이란 평가다. 제작사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는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라 개인적으로도 시나리오에 더 매력을 느꼈다”며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당당함을 가진, 소신을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배우로 김혜수가 가장 적합했기에 영화를 통틀어 굉장히 중요한 캐스팅이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