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김시진 기술위원회’의 과제들

입력 2019-01-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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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만에 부활한 KBO 기술위원회를 이끌게 된 김시진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김 위원장과 새로 구성될 기술위원회는 선동열 감독의 자진사퇴로 공석이 된 야구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비롯해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새해 한국야구의 최대 현안들 중 하나는 2020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11월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의 선전이다. 이 대회에 나설 국가대표팀을 지원할 KBO 기술위원회의 수장으로 김시진(61)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최근 선임됐다. 사상 처음으로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제가 도입된 2017년 6월 해체됐던 기술위원회가 1년 6개월 만에 부활하면서 김 신임 위원장이 새로 중책을 떠안았다.

‘김시진 기술위원회’의 1차적 과제는 선동열(56) 전 감독의 자진사퇴로 공석이 된 대표팀 사령탑 인선이다. 11월 프리미어 12에서 디펜딩 챔피언의 명예를 지키는 동시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려면 무엇보다 유능한 인물을 새 사령탑으로 앉혀야 한다. 그러나 선 전 감독의 사퇴 과정에서 드러났듯 야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어느새 축구처럼 ‘독이 든 성배’가 됐다. 야구계는 물론 팬들의 기대까지 충족시켜줄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은 구조로 변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룬 김경문(61) 전 감독, 2009년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조범현(59) 전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그들이 선뜻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이들에 필적할 만한 참신한 후보군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인물난 속에 새 기술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표팀 사령탑 선임이라는 당면과제 못지않게 중요한 중장기 과제도 새 기술위원회를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향후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 나설 대표팀의 성격과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이는 기술위원회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 될 수 있다. KBO 수뇌부는 물론 야구계 전체의 ‘콘센선스(consensus)’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기술위원회가 얼마든지 기초작업은 진행할 수 있다.

선 전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고, 정운찬 KBO 총재가 혹독한 책임론에 휩싸인 지난해 ‘병역특례 무임승차’ 파동의 근원은 자카르타-팔렝방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을 놓고 빚어진 야구계의 그릇된 관행과 욕심이었다. 대개 아마추어선수들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구성하는 일본, 대만과 달리 한국은 프로 정예들을 내보내면서 리그까지 중단시켰다. 금메달이 유력한 터라 야구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일부 선수들과 야구인들은 공과 사의 구분을 망각했다. 아시아국가로는 유일무이하게 올림픽 금메달까지 획득한 한국야구가 달라진 위상에 걸맞지 않게 대표팀을 운영하다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라는 말이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얘기다. 모쪼록 김 신임 위원장과 KBO, 더 나아가 한국야구도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모진 시련에 움츠러들었던 과거를 잊지 않고 진일보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와 동력을 얻었으면 한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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