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과 좋아요, 알람 설정까지 부탁드려요!’
수년 전까지만 해도 KBO리그 선수들을 보기 위해선 직접 야구장에 가거나 TV 중계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고 플랫폼은 무수히 늘어났다.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야구중계를 보는 것은 이제 지극히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단순히 중계뿐만이 아니다. KBO리그 10개 구단 모두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페이지를 보유하고 있다. 경기의 하이라이트나 수훈선수 인터뷰 영상이 주된 콘텐츠였던 시절은 갔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부터 민낯까지 세세히 만날 수 있다.
가장 활발한 팀은 두산 베어스다. 두산의 ‘베어스포티비’는 13일 현재 구독자 9만8000여 명을 기록 중이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구독자다. 3400여 개의 동영상을 올려 콘텐츠 개수 역시 1위에 올라있다.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하면 구글 본사에서 ‘실버버튼’을 보내준다. 두산은 조만간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들 중 최초로 실버버튼을 받을 전망이다. 권명철 수석코치도 베어스포티비 구독자다. 팬은 물론 선수단까지 애청자다.
구단 유튜브 페이지는 스프링캠프에서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시즌 때야 직접 경기장을 찾는다면 중계화면에 잡히지 않는 선수들의 모습까지 낱낱이 볼 수 있지만, 캠프 시기는 다르다. 베어스포티비는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선수들을 소재로 ‘잠실식단’이라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특히 권혁이 한화 이글스를 떠나 두산에 합류하는 시점, 이현승과 홍상삼 등 불펜투수들의 미묘한 기류를 카메라에 담은 ‘혁이가 온다고?’ 편은 일주일 만에 조회수 12만을 돌파했다. 베어스포티비 차민호 PD는 “팬들을 대표해 영상을 찍는다고 생각한다. 팬이 보고 싶은 영상 촬영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타 구단들 역시 스프링캠프를 구독자 모집의 적기로 삼고 있다. 한화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을 활용했다. ASMR은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으로 바람 소리, 연필로 글씨를 쓸 때 나는 사각사각 소리 등을 뜻한다. 한화는 설 연휴를 맞아 외야수 양성우가 한과를 씹는 ASMR을 촬영해 공개했다.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KT 위즈도 한창 이슈가 됐던 강백호의 처음이자 마지막 불펜 피칭을 영상으로 남겼다. 롯데 자이언츠의 ‘GIANTS TV’는 팬들에게 2년차 내야수 한동희에 대한 질문을 모집했다. 한동희는 댓글로 날아온 질문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팬들과 적극 소통했다.
유튜브는 일정 구독자와 시청시간을 확보한 크리에이터에게 수익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구단들이 유튜브를 통해 큰 돈을 벌진 못한다. 인건비와 장비비용 등을 고려하면 적자폭이 훨씬 큰 편이다. A구단 홍보 관계자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꾸준히 영상을 올리다보면 반응이 더 커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유튜브도 수익원 중 하나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