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 교체된 심판, 빠른 대처가 대형사고 막았다

입력 2019-02-14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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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V리그 사상 최초로 경기 중 심판이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던 상황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홈팀 GS칼텍스의 발 빠른 대처가 이를 막았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2018~2019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최종전이 펼쳐진 13일 서울 장충체육관, 1~2세트를 따낸 흥국생명이 3세트 14-15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GS칼텍스 강소휘가 서브를 준비하던 상황에서 차상현 GS칼텍스 감독과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일제히 경기장 한 쪽 끝을 가리켰다. A선심 쪽이었다. 그는 양 무릎에 손을 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 선심은 자신의 가슴을 연신 두드리며 답답함을 호소했고, 즉시 대기심과 교체됐다. V리그 역시 타 종목과 마찬가지로 심판의 응급 상황을 대비해 대기심을 꼭 배치한다. 하지만 실제로 교체된 전례는 없다. 김대진 KOVO 마케팅 팀장은 “컨디션 등의 문제로 경기 전 심판이 교체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경기 개시 후 교체는 V리그 출범 후에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원로 배구인은 “한국 배구 100년사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기심이 투입된 뒤 곧장 경기는 재개됐다. 하지만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상황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해당 선심은 코트 밖으로 옮겨진 뒤에도 연신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뻔한 위기도 몇 차례 있었다. 관계자는 “시간을 지체했다면 뇌에 산소가 전달되지 않아 큰 일이 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진행요원이 제세동기를 든 채 달려갔다. 다행히 심장 마사지가 필요한 상황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이때 GS칼텍스 측의 진행요원과 KOVO 관계자들이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그의 안정을 확보하면서 구급차가 도착하는 시간을 벌었다. 구급차 역시 5분 이내에 도착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다. KOVO 차원의 매뉴얼이 존재하고, 진행요원들에게 안전교육을 반드시 실시했던 것이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위기를 넘긴 선심은 즉시 순천향대병원으로 후송됐다. 응급실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단순 과호흡이었다. 그와 같은 조인 심판 한 명은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 요원들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위기를 잘 넘겼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KOVO 관계자 역시 “워낙 빅 매치였다보니 긴장을 한 것 같다”며 “심판부에서 적절한 휴식 조치를 내릴 것 같다”고 밝혔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선심이 괜찮아서 천만다행이다. 우리가 아니라 어느 팀이었어도 잘 대처해 위기를 넘겼을 것”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예측 불가능한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걸 대처하는 방식이다. 사상 초유의 일에도 긴장하지 않고 원칙대로 처리한 결과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KOVO와 GS칼텍스의 대처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장충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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