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현대캐피탈 스피드배구 복귀 어떻게 봐야 하나

입력 2019-02-18 1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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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은 신영석 문성민이 부상으로 결장한 5라운드에 3승3패로 부진했다. 전술적으로 팀의 장점인 강한 서브가 사라진 것이 부진의 원인이었다.

V리그에서 가장 서브를 잘 때리는 문성민과 미들블로커지만 서브에이스 부문 12위에 있는 신영석이 빠지자 상대팀에게 한숨을 돌릴 틈을 준 것이다. 서브가 약해지자 팀의 장점인 블로킹도 줄었다. 서브가 강해야 상대의 공격루트가 단순해지고 빤히 보이는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는 것이 현대캐피탈의 승리방정식 가운데 하나였지만 최근에는 쉽지 않았다. 5라운드에는 정반대로 상대팀이 여유 있게 중앙을 파고들면서 팀이 휘청거렸다.

그나마 파다르 전광인의 공격으로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새로운 문제가 드러났다. 공격수 개인능력 위주로 플레이를 하다보니 세터의 연결에 따라 팀이 들쭉날쭉했다. 아직 경험이 적은 이승원 이원중이 공격수에 좋은 연결을 해주기 위해서는 리시브가 탄탄해야 했다. 결국 돌고 돌아 팀의 성패는 리시브로 귀결됐다. 그동안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던 리시브 타령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 현대캐피탈의 업템포 배구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최태웅 감독의 업템포 배구가 팬들의 찬사를 받은 이유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시도를 했고 어느 정도는 결과로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이번 시즌 전광인 파다르의 영입이 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보다는 부정적인 요소를 남긴 것도 그동안 최태웅 감독과 현대캐피탈이 추구해왔던 배구의 색깔이 차츰 변해갔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태웅 감독은 4일 OK저축은행전을 앞두고 스피드배구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구단 관계자가 “경기 전날 훈련 때 세터가 올려주는 공의 높이가 확 낮아진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로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지금이라도 이런 배구를 하지 않으면 6라운드는 물론이고 봄 배구에서도 기대하는 성적을 장담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을 감독이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말로는 쉽지만 스피드배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터의 연결이 낮고 빠르다고 무조건 스피드배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4명의 공격수가 동시에 움직이는 빠른 공격이 만들어져야 진정한 스피드배구다.

현대캐피탈이 추구하는 업템포 배구는 리시브의 불확실을 바탕으로 출발한다. 갈수록 서브가 강력해지는 현대배구에서 50% 이하 성공률의 리시브에 기대서 경기를 하기보다는 새로운 방법을 찾자는 것이 시작이다.

서브리시버들은 이전과는 달리 세터의 이동 가능한 범위 안에서 리시브를 하고 세터는 사전약속 대로 올려주기만 하면 4명의 공격수가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스피드배구의 핵심이다. 연결된 공이 공격수에 입맛에 맞느냐의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만큼 리시브와 세터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전광인(왼쪽)-이승원. 스포츠동아DB


● 더 커진 전광인의 하중, 줄어든 이승원이 부담

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서브리시버의 빠른 움직임이다. 공을 받자마자 공격에 가담해야 한다. 그 짧은 시간차이가 기존배구와 스피드배구의 차이다. 대한항공의 정지석, 곽승석이 이런 플레이를 가장 잘한다. 연결해주는 한선수의 패스도 7개 구단 세터 가운데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 시즌 스피드배구는 대한항공이 가장 잘하고 있다. 스피드배구는 기존의 플레이보다 빠른 움직임이 계속 필요하기에 체력부담이 크다.

현대캐피탈이 다시 선택한 스피드배구에서 가장 부담이 많아진 선수는 전광인이다. 이런 배구를 해본 적도 없고 현대캐피탈에 이적한 뒤부터 리시브에 가담해 아직은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결국 이번 시즌 팀이 운명은 전광인이 얼마나 빨리 새로운 배구를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대신 공격전담 파다르의 성공률은 높아질 것이다. 14일 OK저축은행전에서도 새로운 배구의 효과는 확인됐다. 파다르는 우리카드 시절부터 오픈 공격에 장점이 있었지만 낮고 빠른 연결을 더 좋아한다. 외국인공격수치고는 크지 않은 키 때문인지 낮고 빠른 연결을 선호한다고 털어놓았다.

스피드배구의 가장 큰 특혜는 세터 이승원이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경기 결과에 따라 엄청난 비난을 받고 감독의 요구도 많았지만 이제는 잘 올려줬느니 못 올려줬느니 하는 부담이 사라졌다. 그로서는 리시브 된 공을 약속대로 올려놓기만 하면 역할을 다한 것이다. 책임은 전적으로 공격수가 진다.

이번 시즌 팬들로부터 실력 이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아왔던 이승원은 정신적으로 성숙된 듯 했다. 14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 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어쩌면 최태웅 감독의 스피드배구로의 복귀는 이 것을 노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터가 마음이 편하면 그 팀의 플레이는 활기차진다. 공교롭게도 스피드를 추구하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18일 오후 7시 천안에서 시즌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이번 시즌 우승을 가름할 분수령이다. 결과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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