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짜리 ‘항거’ vs 100억짜리 ‘엄복동’…누가 더 뜨거울까

입력 2019-02-25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위쪽)-‘자전차왕 엄복동’. 사진제공|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항일영화’ 27일 동시개봉
제작비 10배 차…평가 주목


3.1절 100주년을 앞두고 그 시대와 실존인물을 다룬 두 편의 영화가 27일 개봉한다. 고아성 주연의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가수 비가 나서는 ‘자전차왕 엄복동’이다.

항일의 메시지를 담은 두 영화는 역사적인 사실을 뼈대 삼아 실존인물과 그에 얽힌 사건을 통해 100년 전 아픔을 펼친다. 시대적 배경과 작품의 지향은 비슷하지만 극을 완성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항거(감독 조민호·제작 디씨지플러스)는 비극의 시대에도 희망을 놓지 않은 여성들의 연대를 담담하고 묵직하게 풀어낸다. 반면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은 감정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내세운다.

‘항거’는 1919년 3.1 만세운동 이후 서대문형무소 8호실에 투옥된 유관순과 여성운동가들이 함께 보낸 1년의 이야기를 흑백화면에 담았다. 2016년 윤동주의 이야기를 흑백으로 그려내 호평받은 ‘동주’와 여러 모로 비교되면서도 ‘동주를 잇는 작품’이란 긍정적인 평가가 따른다. 유관순 역의 고아성은 “오직 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고증한 이야기”라며 “촬영 전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감독에 제안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일화라는 이유로 담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3.1절 100주년이라는 시기적 프리미엄도 흥행에 작용할 전망이다. ‘항거’ 마케팅을 맡은 이노기획 관계자는 24일 “관련단체는 물론 자발적으로 형성된 관객들의 단체관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비와 함께 또 다른 주연 이범수가 제작자로도 나선 ‘자전차왕 엄복동’은 1913년 전조선자전차경기대회에서 우승한 엄복동의 이야기다. 1910년대 경성에서 벌어진 대규모 자전차대회, 이와 맞물린 애국단의 총격전 등 활약을 담는다.

10억 원에 불과한 순제작비로 경쟁력을 극대화한 ‘항거’에 비해 무려 10배 더 많은 100억 원의 제작비를 쏟은 영화는 시대와 인물에 대한 고증과 이해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도식적 전개와 평면적인 등장인물의 반복적 등장 등으로 설득력이 약하다는 평이다.

엄복동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훗날 자전거 10대를 훔친 혐의로 갇히고, 한국전쟁 직전에도 비슷한 범죄에 연루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에 “하나의 사실로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