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준비+즐기는 축구’ 전북, 모든 전리품 챙긴 수원 원정

입력 2019-03-10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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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모라이스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모라이스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영혼까지 날려주겠다. 클래스를 증명하겠다.”

K리그1 수원 삼성 원정을 앞둔 전북 현대의 한 베테랑 선수의 비장한 목소리였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4-0 스코어가 비정한 현실을 드러냈다.

전북과 수원은 오랜 라이벌이었다. 정말 치열하게 싸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롄 이팡(중국)으로 떠난 최강희 전 전북 감독은 “수원이나 FC서울을 만날 때면 훨씬 정성을 들였다. 경기 직전까지 명단을 고민했다”고 뜨거웠던 시절을 떠올렸다. 최 전 감독은 “외롭다”는 표현도 종종 썼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수많은 타이틀을 얻었지만 수년째 독주가 계속돼 동기부여마저 떨어졌다.

올겨울 이적시장은 울산 현대, 경남FC의 행보로 흥미로웠으나 수원은 역시 몸을 웅크렸다. 도핑 전력의 이란 선수를 데려왔다가 계약을 해지하는 망신도 샀다. 전북 직원들은 “수원이 교훈을 준다. 전통의 팀도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두 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2라운드가 현주소를 입증했다. 1라운드 울산 원정에서 1-2로 패한 수원은 22세 이하 영건들을 대거 투입, 공격에 무게를 실은 ‘노 빠꾸(물러서지 않는다는 의미) 축구’로 반짝이는 듯했다.

그런데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전북은 상대가 전진할수록 더 강해진다. 수비전환이 늦으면 위험이 크다. 전북은 22세 이하 영건 4명을 투입했던 이임생 수원 감독에게 엄청난 망신을 안겼다. ‘펑크 축구’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수원에서 통산 300경기에 출전한 주장 염기훈을 축하하기 위해 등번호(26번)에 맞춰 전반 26분 1만9000여 홈 관중이 기립박수를 치는 이벤트가 마련됐으나 그 전에 세 골이나 내줘 분위기가 식었다. 김신욱이 1골·1도움, 로페즈가 두 골을 뽑았다. 전부 헐거운 뒷문이 빚은 참사다. “공격축구를 하면 리그가 더 재미있을 것”이라던 수원 벤치는 전반 25분 스리백 전환으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드러냈다.

후반전 ‘이적생’ 문선민의 첫 골까지 더한 전북은 최근 수원전 5경기 무패(4승1무)와 함께 모든 걸 챙겼다. 특히 주중 부리람(태국)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원정 2차전을 대비, 분위기를 띄웠고 거의 출전 못한 명준재를 투입하는 로테이션으로 주력 수비수 최철순의 체력을 비축했다. 이동국은 아예 뛸 틈이 없었다. 시즌 첫 무실점 승리도 고무적이다. 킥오프 직전, “강하게 싸우자”고 독려했던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포르투갈)은 “라이벌전에서 나오기 어려운 환상적인 결과다. 남달랐던 준비와 마음가짐이 차이를 가져왔다. 우린 즐겼고, 수원은 이기려고만 했다”며 K리그 첫 승을 기뻐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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