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이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리고 1-0 승리를 이끌었다. 4일 신구장 개장 후 첫 공식경기에서 기념 축포를 쏘아 올렸던 손흥민은 새 구장의 UCL 첫 골까지 기록하며 굵직한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 사진은 득점 직후 TV중계 카메라를 향해 “그거 알아? 우리가 이길 거야”라고 외치고 있는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축구 불변의 에이스가 가장 필요할 때 폭발했다.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새로운 기록을 추가했다. 토트넘은 10일(한국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후반 34분 결승포를 터트린 주인공이 손흥민이었다.
에릭센의 패스를 바라보며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문전 오른쪽을 침투한 손흥민은 좋지 않은 첫 터치에도 불구, 끝까지 집중해 엔드라인으로 흐르던 볼을 살렸고 다시 뒤로 이동하다 낮게 깔린 왼발 킥으로 골 망을 갈랐다. 볼이 라인에 걸친 상황에 대해 맨시티가 강하게 항의한 가운데 VAR(비디오판독)이 시행됐으나 결국 득점으로 인정됐다.
손흥민의 시즌 18호 골이자 UCL에서는 2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16강 1차전 이후 시즌 두 번째 득점이다. 더욱이 유럽 진출 이후 처음 경험하는 UCL 8강 무대였기에 골의 의미와 가치는 더해졌다. 역대 한국선수가 UCL 8강에서 득점한 것은 박지성(은퇴)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몸담았던 2011년 첼시전 이후 8년여 만이다.
예상대로 어려운 흐름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 투입해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으려 했으나 전체 경기를 지배한 쪽은 원정 팀이었다. 전반 킥오프 11분 만에 큰 위기가 닥쳤다.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PK) 찬스를 내줬다. 다행히 아게로의 킥을 요리스가 선방했다. 이후에도 맨시티가 몰아쳤고, 토트넘은 간헐적인 역습을 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악재가 계속돼 후반 초반 해리 케인이 발목을 다쳤다. 가장 절박할 때 해결사가 등장했다. 찬스를 손흥민이 살렸다.
‘득점=팀 승리’라는 유쾌한 공식을 이어가게 된 손흠민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아직 8강전이 끝나지 않았다”며 단단한 의지를 다졌다. 그럼에도 무실점 승리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다. 18일 2차전에서 득점을 전제로, 한 골차 패배를 해도 토트넘은 4강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원정 다 득점’ 원칙이 적용되는 UCL은 적은 실점, 특히 적지에서의 득점이 크게 작용한다.
이날의 득점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새로운 홈 경기장에서의 위대한 역사다. 4일 크리스탈 팰리스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개장 축포(리그 13호 골)를 터트린 손흥민은 UCL 첫 안방 득점도 책임졌다. 그는 “첫 골은 언제나 기억에 남는 법”이라며 활짝 웃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코리안 에이스의 폭풍 전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손흥민이 이번 득점으로 UCL 개인통산 10호 골 고지를 밟았다는 소식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통해 빠르게 전달했다. 아시아 전체로 폭을 넓히면 두 번째이지만 기록갱신은 머지않았다.
디나모 키예프(우크라이나)에서 10시즌 동안 UCL 11골을 넣은 막심 샤츠키흐(우즈베키스탄)와 격차는 한 골이다. 두 골만 추가한다면 손흥민은 ‘아시아 최고 킬러’ 인증을 받는다. 바이엘 레버쿠젠(독일)에 몸담은 2014~2015시즌 3골을 시작으로 2016~2017시즌 1골, 2017~2018시즌 4골을 넣었고 올 시즌 두 골을 추가해 두 자릿수를 채웠다.
UEFA가 선정한 MOM(맨오브더매치)에 뽑힌 손흥민을 향해 스카이스포츠와 BBC 등 유력 매체들은 “현대축구에 가장 부합한 이상적인 공격수” “효율적인 움직임을 지닌 빅게임 플레이어” 등의 표현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풍성한 이야깃거리와 당당한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손흥민의 발걸음은 어디까지일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런던|허유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