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진행된 MBC 새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제작발표회에서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류덕환, 김동욱, 박원국 PD, 배우 박세영, 설인아, 김경남.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작년부터 주 68시간 시범운용
PD-스태프 일정 조율 진풍경
‘제작비 폭탄’이 최대 걸림돌
“인력·자금난부터 해결돼야”
주 52시간 근무제가 최근 방송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이전의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뒤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이 같은 해 7월부터 적용받아 왔지만 방송사는 1년의 유예기간을 얻었다. 이에 따라 주 68시간 근무제를 시범적으로 운용해왔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밤샘 작업’에 익숙했던 방송프로그램 제작현장에서는 치열한 “시간과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제작진은 1분1초를 아끼려 묘책을 짜낸다. 그래도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향한 각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스태프의 험난한 여정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고민과 기대를 들었다.
“주 68시간 촬영 시스템에 정말 놀랐어요. 밤을 새우지 않는다니!”
연기자 정일우가 2년 만에 드라마 촬영현장에 돌아와 외친 말이다. 지난해 11월 사회복무요원 소집 해제 후 SBS 월화드라마 ‘해치’로 복귀한 그는 지난해 7월부터 방송가에서 시행 중인 주 68시간 근무제가 신기하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지난해 7월 이후 약 8개월간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주 68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용하며 다양한 방책을 쏟아냈다. 방송관계자들은 시행착오 속에서 어떻게든 이에 맞추려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과거 당연하게 여겼던 ‘밤샘 촬영’ ‘생방(생방송처럼 방송 시간에 임박해 해당 회차 촬영을 마치는 현장)’이 “금기어”가 된 것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현장에서 주 68시간 근무제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 “가이드라인 만들고, 촬영 시기 당겨”
KBS·MBC·SBS 등 각 방송사는 작년 7월 단축근무 시범 운용을 앞두고 저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모든 스태프의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으로 한다는 내용과 1일 13시간 근무를 초과했을 때에는 반드시 다음 날 8시간 휴식을 보장해주는 등 ‘보상’ 조항을 포함한다. 대부분의 드라마 제작진은 이를 대본 첫 장에 첨부해 스태프에게 배포한다. “반드시 준수하겠다”는 의지이다.
메인 연출자와 ‘스태프 대표’가 수시로 소통하며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새로운 풍경이다. MBC 수목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경우, 피치 못한 사정으로 근로시간을 초과해야 하면 연출자 박원국 PD가 직접 스태프 대표자와 이에 관해 논의한다. 스태프의 동의 아래 사전에 고지하고 촬영을 진행한다. 이와 비슷한 방식을 도입하는 현장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한 홍보사 관계자는 “메인 PD와 스태프의 소통 방식이 많이 변했다”고 귀띔했다.
외주제작사는 사전제작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촬영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을 채택했다. 첫 방송 2∼3개월 전 대본 리딩을 진행했던 과거와 달리 작년 말부터 대부분의 드라마 제작진은 방송 4∼5개월 전부터 촬영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가급적 동선을 줄이기 위해 세트 촬영 비중을 늘리고 리허설에 더욱 공을 들여 한 번에 촬영을 마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 “제작비 10억 원 뛰어…캐스팅 난항도 문제”
그럼에도 어려움은 곳곳에 남아 있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주 68시간 근무시간을 맞춰야 해 A·B팀 외에 C팀까지 꾸리는 현장도 생겨났다. 인력이 늘어나면서 모든 드라마의 제작비가 기본 10∼15억 원 정도 올랐다”고 호소했다.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문제로 꼽는 관계자들이 많다. 최근 드라마 제작 패턴이 빨라지면서 1년치 편성표가 연초에 채워지는 상황에서 “조금만 시기가 어긋나도 좋은 배우와 스태프를 놓치기 십상”이라고 여러 외주제작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방송사 제작PD는 “현장의 고질적 문제인 인력·자금난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먼저 시행된 탓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주 68시간도 힘든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짐작이 안 간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럼에도 방송관계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제대로 해보지 않은 ‘효율적인 촬영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또 진지하게 시작해야 할 때”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도 밝혔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