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Big’ 꿈을 좇는 기적의 사나이 이대성

입력 2019-04-25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꿈을 좇는 사나이’ 현대모비스 이대성이 24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현대모비스체육관에서 자신의 ‘전부’와 같은 농구공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하면서 프로농구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여전히 더 큰 무대를 갈망하고 있다. 용인|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자고로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대로 어린시절 누구나 큰 꿈을 꾸지만 나이가 들고 현실 앞에 그 꿈은 점점 희미해진다.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최우수선수상(MVP)를 수상한 울산 현대모비스의 이대성(29)은 꿈을 좇는 남자다. 만화 속 주인공처럼 매일, 매순간 한국 최고선수의 꿈을 꾸면서 이 자리에 왔다. PO MVP를 수상한 지금도 여전히 꿈을 좇고 있다. 만화 속 스토리를 현실로 만든 기적의 사나이 이대성을 24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현대모비스체육관에서 만나 그의 꿈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프로농구 최고의 자리인 PO MVP를 수상했다. 이를 실감하고 있는가?


“MVP를 받기는 했지만, 내가 진짜 잘해서 받기보다는 좋은 동료들을 만난 덕이라고 생각한다. 경기에서의 지배력이나 기록 면에서 본다면 라건아나 섀넌 쇼터, 경기 안팎에서의 영향력을 보면 (양)동근이 형이 MVP였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메신저에 늘 Dream Big이라고 쓰여 있는데?

“꿈은 늘 크게 꾸라고 하지 않나. (김)효범(G리그 그랜즈래피즈 코치)도 늘 그런 말을 했다. 그 말을 내 인생의 좌우명처럼 마음에 새기고 있다. 효범이 형은 지금도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 나에게 딱 맞는 조언을 해주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지난시즌(2017~2018)시즌을 앞두고 G리그로 향했다. 이후 해외 무대를 꿈꾸는 중·고교 유망주들이 확 늘었다.

“우승을 하고 나서 미국에 있는 (이)현중, (양)재민이가 축하 메시지를 보냈더라. 나도 ‘너희가 한국 농구의 미래다. 늘 자부심을 갖고 노력하라’고 답장을 해줬다. 물론, 그 친구들은 나를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나보다 훨씬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


-한국선수들은 유독 실패라는 말에 대한 부담이 심한 것 같다.

“NBA에 가지 못했다고 실패는 아니지 않나. 남들이 경험하지 않은 길을 걸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고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나는 브리검영대에서 1년, G리그에서 5~6개월가량 미국 생활을 했다. 정말 외로웠다. 늘 혼자고 하루하루를 쫓기듯이 지냈다. 뭘 해도 그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마저도 지나면 빛나는 추억이다. 그 친구들에게는 지금이 자신의 농구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날의 연속이다. 당장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훗날 분명히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시간으로 기억할 거다. 그래서 더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지난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챔피언 결정전 5차전 경기에서 현대모비스가 전자랜드를 꺾고 V7을 달성한 뒤 MVP 이대성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왜 그렇게 미국 농구를 선망하는가?

“나는 만화 슬램덩크를 보고 자랐다. 그 만화에서 농구 제일 잘하는 정우성이 선망하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농구선수라면 누구나 미국농구, NBA를 경험하는 것이 꿈이자 판타지가 아니던가. 아마 그때 G리그에 가지 않았더라면 이를 느끼고 싶어 계속 꿈을 꿨을 것이다. 지금은 G리그를 경험했으니 NBA에 대한 꿈이 더 현실적으로 느끼고 간절해졌다. 이런 꿈이 있어야 하지 않나. 가끔 중·고교 선수들의 인터뷰에 ‘최고 연봉선수가 되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말이 있다. 나도 어떤 때는 그런 꿈을 꾸기도 했지만, 선수로 성장하는 데에 있어 돈과 꿈에서 느끼는 동기부여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NBA에 대한 꿈은 농구에 대해 내가 더 간절해지고 더 노력을 쏟을 수 있는 원동력이다.”


-몸으로 느낀 미국 농구는 이대성에게 어떤 동기부여를 줬는가?

“솔직히 말하면 좌절의 연속이다. 매일 만나는 상대 선수들과의 매치업을 통해 힘, 스피드, 기술에서 큰 벽에 부딪치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는 ‘내가 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했지만, 사람은 환경에 적응을 한다고 하지 않나. 일주일, 한 달이 지나니까 어느 새 그들과의 경쟁에서 내가 적응을 하고 있더라. 하나를 이겨내면 더 강한 벽에 부딪치지만 이를 이겨내면서 내가 나아지고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국내에서 내가 한결 편하게 내 능력을 보여줬을 때에 기분도 좋지만 그때 느끼는 감정, 아드레날린은 내 앞에 놓인 벽을 넘어섰을 때의 느낌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보다 크고 빠르고 기술이 좋은 상대에게 내가 준비한 플레이가 통했을 때 내 기량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은 엄청난 힘을 준다. 그래서 나는 또 부딪치고 싶다.”

-라건아와의 관계가 돈독해진 것도 미국 농구를 경험한 것에서 오는 존중인 것인가?

“G리그를 경험하고 오니 라건아가 이곳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라건아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G리그 다녀온 이후에는 이 친구의 표정, 감정, 말투 하나하나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를 느낀다. 라건아도 귀화를 하고 코트에서 열심히 뛰고 있지만, 여전히 외로움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내가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그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더 다가가려고 한다. 대표팀에서 만났을 때 내가 다가가니까 처음에는 ‘얘가 왜 이러나’ 싶었나 보더라. 3년 전 우승할 때는 그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점점 라건아도 마음을 열었다.”

울산 현대모비스 이대성. 용인|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실제로 라건아는 이대성이 자신의 소울메이트라고 말하고는 한다.

“몇몇 선배들은 가드가 기싸움에서 이겨야 편하게 농구를 한다고 하더라. 라건아와 대표팀에서 뛸 때에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내가 상대를 존중하면 상대도 나를 존중한다. 내가 PO MVP를 수상했을 때에 제일 축하해준 사람이 라건아다. 라건아가 ‘너의 능력을 드디어 증명해냈다. 대단하다. 축하한다’며 안아주더라. 기싸움? 그게 뭐가 중요한가. 물론 경기 때 서로의 플레이에 서운할 수는 있다. 라건아가 자신에게 볼을 달라고 소리를 지를 때가 있는데, 그걸 다 볼 수는 없다. 잠시 서운해도 내가 다가가서 ‘미안하다’고 말하면 라건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정신적인 교감이 이뤄지면 된다. 동근이형, (함)지훈이 형도 마찬가지다. 우리 팀이 다 그렇다. 존중과 배려. 그게 올 시즌 현대모비스를 우승으로 만든 힘이다.”


-올여름에 농구월드컵이 있다. 이에 대한 기대도 클 것 같은데?


“아직 내가 대표팀에 뽑힌 것은 아니지만…세계최고 선수들이 뛰는 무대가 아닌가. 개인적인 기대감도 크고 라건아와 시너지를 내는 대표팀에 대한 기대도 크다. 물론 주목을 받기 위해 월드컵에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꼭 1승은 하고 싶다. 그래야 농구를 안 보던 분들도 농구대표팀에 한 번쯤 관심을 가질 것 아닌가. 기대가 된다. 이 역시 ‘Dream Big’의 과정이 될 테니까.”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