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또 우리가…” 이강철 감독 야구인생 첫 퇴장의 재구성

입력 2019-05-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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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KT 이강철 감독이 2회초 홈에서 황재균이 비디오 판독 끝에 태그아웃 판정을 받은 후 어필 끝에 퇴장당하며 더그아웃을 빠져나가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강철 KT 위즈 감독(56)이 야구인생 첫 퇴장을 당했다. 감독 부임 후 이제 막 34경기를 치렀지만, 그간 숱하게 쌓였던 아쉬움을 더는 삭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2일 잠실 LG 트윈스전 KT가 2-0으로 앞선 2회초 2사 1·3루, 김민혁이 기습번트를 댔다. 공을 잡은 3루수 김민성이 포수에게 급히 글러브 토스를 했고, 3루주자 황재균은 홈에서 태그아웃됐다. 이윽고 한혁수 주루코치와 황재균은 홈 충돌 방지법 위반을 어필했고, 이 감독은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느린 그림으로 보면 LG 포수 정상호의 왼발이 황재균의 진로를 막고 있었다. 문제는 고의성 여부. 홈 충돌 방지법은 ‘송구 진행 방향’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객관이 결정해야 할 판정에 주관이 개입하게 된다. 결국 비디오판독 후에도 원심이 유지됐다.

이에 격분한 이강철 감독은 비디오판독에 항의했고, 즉각 퇴장됐다. 1989년 해태 타이거즈(KIA의 전신)에 입단해 30년 넘게 현장 일선에 있던 이강철 감독의 야구인생 첫 퇴장이었다. 여기에 같이 어필에 나섰던 박철영 배터리코치도 퇴장당했다. 박 코치는 퇴장 후에도 분을 삭이지 못할 정도였다.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KT 박철영 코치가 2회초 홈에서 황재균이 비디오 판독 끝에 태그아웃 판정을 받자 강하게 어필한 후 퇴장당하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 감독은 퇴장을 각오하고 어필에 나섰다. 여기에 박 코치의 퇴장은 경기에 조금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날 포수였던 이준수는 아직 1군 경험이 많지 않다. 경기 중은 물론 이닝 사이마다 박 코치에게 볼 배합 관련 도움을 받는다. 그런 박 코치가 퇴장당한 직후 3회말 수비에서 KT는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는 등 3점을 내줬다. 중차대한 역할임에도 포수의 홈 수비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이를 묵과할 수 없었다. 평소 포수들에게 “무릎 대신 미트를 대라”고 주문했기에 박 코치의 분함은 더욱 크다.

모호한 규정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정확한 판정은 객관의 몫이다. 가령 1루에서 주자의 세이프/아웃 여부는 초고속카메라로도 확인할 수 없는 ‘동타이밍’이 아니고서야 명백한 객관이다. 반면 스트라이크존은 객관화된 기준이 있지만 심판마다 미세한 차이는 있다. 주관이 어느 정도는 개입된다는 뜻이다. 홈 충돌 방지법 역시 ‘송구 진행 방향’이라는 단서에 주관이 반영된다.

올해부터 강화된 3피트라인 규정 역시 혼선으로 가득하다. 심판진이 주자의 수비 방해 여부와 관계없이 라인 안쪽으로 뛰면 아웃이라고 설명할 때도 있지만, 1루에서 홈으로 송구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 사례도 있다. 명확하지 않은 기준에 현장의 감독과 선수들부터 헷갈려한다. 감독들은 “조만간 3피트라인 규정의 재정립이 필요할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이대로면 오늘의 수혜자가 내일의 피해자로 둔갑해도 이상하지 않은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야구인은 이날 이강철 감독의 퇴장과 관련해 “막내 구단의 비애라고 하기엔 억울할 만한 판정이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앞서 얘기한 ‘주관의 영역’에서 KT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KT 관계자는 “우리 팀이 또 아쉬운 상황이다. 이렇게 패하면 충격파가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 시즌 KT가 불리한 판정 탓에 패한 뒤 이강철 감독에게 관련 얘기를 꺼내면 “그래도 심판의 판정인데, 존중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선수들이 볼 판정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쳐도 본인은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렇게 최대한 인내하겠다던 그도 거듭된 판정 논란에 퇴장을 감수했다. 비디오판독 결과에 다시 어필하면 퇴장인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그 자체가 메시지로 작용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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