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소 도루왕 페이스에도…다시 찾은 발의 가치

입력 2019-05-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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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 점차 자취를 감춰가던 ‘발야구’가 다시 힘을 내고 있다.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되고 구단별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한화 이글스 정은원(아래)이 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2루수 류지혁(왼쪽)의 태그를 피해 2루를 훔치는 모습.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도둑들’의 시대가 다시 온 걸까. 점차 가치를 잃어가던 ‘발야구’가 조금씩 위력을 드러내고 있다. 1, 2점에 연연하지 않던 극강의 ‘타고투저’가 힘을 잃자 생긴 자연스러운 반작용이다. 한두 명의 빼어난 대도는 없지만 리그 전반에 ‘뛸 수 있는 선수’가 많아진 덕분이기도 하다.


● 체포된 도둑들, 고개를 숙였다

KBO리그는 지난 수년간 극심한 타고투저로 신음했다. 타고투저와 투고타저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다지만 5, 6점차에도 안심할 수 없을 만큼 타자들이 득세할 정도로 한쪽의 우세가 강했다. 자연히 발야구는 가치를 잃었다.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한 베이스를 더 가서 얻는 이득보다 아웃카운트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분석의 발달도 도루를 드물게 만들었다. 야구를 숫자로 다루는 ‘세이버메트릭스’의 대부 빌 제임스는 “도루 성공률이 70%를 넘지 않는다면 시도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무사 1루에서 2루 도루 성공으로 얻는 이익보다 실패로 잃는 손실이 크다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720경기 전체 도루는 928개였다. 전체 532경기 체제였던 2012년(1022도루)은 물론 576경기 체제였던 2013년(1167도루)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7년(778도루)보다는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발야구의 가치는 낮았다. 타이틀 홀더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은 36도루에 그쳤다. 역대 최초로 40개를 넘지 못한 도루왕이었다.


● 타고투저 완화가 낳은 발의 중요성

점차 감소하던 도루의 개수는 올해 다시 증가세를 띄고 있다. 26일까지 265경기를 치른 가운데 리그 전체 도루는 376개가 나왔다. 시즌 전체로 환산했을 때 약 1022도루가 가능한 페이스다. 2016년 이후 3년 만에 네 자릿수 도루가 나오는 것이다. 한화 이글스(경기당 0.88도루)를 제외한 9개 구단은 경기당 1개 이상의 도루를 시도하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경기당 1.83개의 도루 시도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육상부의 위엄을 재현하는 셈이다.

눈여겨볼 점은 성공률이다. 리그 전체 도루 성공률은 70.7%다. 리그 도루 성공률이 70%를 넘어선 것은 2014년(70.1%)이 마지막이었다. 앞서 언급한 빌 제임스의 ‘성공률 70%’ 기준에 비춰 봐도 이만하면 발야구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반대로 개인 순위 1위의 기록은 그리 높지 않다. 김상수(삼성)와 고종욱(SK 와이번스)은 13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지금의 페이스대로면 지난해 박해민과 비슷한 선에서 도루왕이 가려질 전망이다. 여전히 최소 도루왕 페이스인 셈이다.

과거 이종범(은퇴)이나 이대형(KT 위즈)처럼 압도적인 대도는 없지만 리그 전반에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타고투저가 고개 숙인 상황에서 이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박흥식 KIA 타이거즈 감독대행은 “확실히 큰 것 한두 방보다 작전수행의 야구가 필요해진 것 같다. 주루 센스에 빠른 발까지 갖춘 선수를 여럿 확보한 팀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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