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간승리’ 롯데 김상호, “항암치료 이겨낸 의지로!”

입력 2019-06-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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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을 받고 1년여 만에 팀에 돌아왔다. 항암치료를 받으며 체중이 급격히 줄었지만 그라운드로 꼭 돌아오겠다는 강한 의지로 버텼고 약속을 지켰다. 롯데 자이언츠 김상호가 뇌종양 수술 후 1년여 만에 팀에 합류해 재활군에서 복귀를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스포츠동아DB

팬들의 눈시울을 붉힐 ‘스토리’가 또 하나 탄생했다.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이어가던 김상호(30·롯데 자이언츠)가 그라운드로 돌아온 것이다.

김상호는 지난해 5월 25일 퓨처스리그 경기 도중 경련 증세로 병원 검사를 받았다. 검진 결과는 뇌종양이었다. 약 한 달간의 요양 뒤 7월 수술을 받았다(스포츠동아 2018년 6월 8일 단독보도).

흔히 ‘자신과의 싸움’으로 불리는 육체 부상의 재활보다 더 암담한 터널이었다. 하지만 김상호는 강력한 의지로 누구의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25일 재활군에 합류한 그는 다시 정글과도 같은 경쟁 구도 속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그 자체가 행복하다는 김상호다.


● 멀게만 보이던 그라운드로 돌아오다


-어지럼증으로 생각하고 찾은 병원에서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뇌종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정말 큰 병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나. 병원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같은 얘기만 들었다. 그제야 조금씩 믿어졌다. 야구선수에게 무릎이나 팔꿈치, 어깨 부상은 익숙하지만 종양은 조금 다르지 않나. 운동을 다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결국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올 준비를 마쳤다.


“예상보다 몸이 괜찮았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몸이 생각보다 빨리 회복됐다. ‘치료를 잘 받는다면 야구장에 돌아갈 수도 있겠구나’라는 희망이 보이니까 의욕이 더 강해졌다. 그때부터는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자주 상상했다.”


-복귀에 기약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보다 일찍 돌아왔다.

“심지어 내 예상보다도 빨랐다(웃음). 병원에서도 올 9월까지는 항암치료를 해야 된다고 진단했었다. 보통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중간에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피검사 수치가 떨어지고, 그때 치료를 멈춰야 한다. 휴식기를 가진 뒤 피검사 수치가 다시 정상화되면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난 그런 과정이 없었던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누구나 급격한 체중 저하를 겪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관리가 잘 된 느낌이다.

“7월 수술 후 퇴원한 뒤 9월 즈음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약 냄새가 너무 심해서 뭐 하나 제대로 먹기도 힘들었다. 90㎏였던 체중이 76㎏까지 줄었다. 그때부터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고 억지로라도 먹기 시작했다. 지금은 83㎏까지 올라왔다.”

롯데 김상호. 스포츠동아DB


● 완치, 10년간 이어질 싸움


-투병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선수단 전원은 물론 감독, 코치들까지 모자에 66번(김상호의 등번호)을 새겼다.

“수술을 준비하기 위해 제주도에 잠시 내려갔을 때 중계화면으로 그 모습을 봤다. ‘내가 진짜 아픈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모두에게 고마웠다. 지난해 주장이었던 (이)대호 선배의 요청이 있던 걸로 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구단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했다고 들었다.


“수술비, 입원비, 치료비 전액을 구단에서 결제해줬다. 또 항암치료 소식을 들은 롯데 선수단이 일정 금액을 걷어서 도움을 줬다. 올 초 인사차 사직구장을 방문했는데, 김종인 신임 대표도 격려금을 주셨다. 롯데뿐만 아니었다. 언론 보도로 알려졌듯 두산 베어스 선수단도 격려금을 줬는데, 알려지지 않은 몇몇 구단도 손길을 건넸다. 평생 잊지 못할 감사함이다.”


-이제 재활군에 편성되면서 본격적인 복귀 시계가 가동됐다. 바꿔 말하면 다시 경쟁 구도 속에 뛰어드는 것이다.

“맞다. 다른 선수들과 동일한 경쟁이다. 편하게만 마음먹을 수는 없다. 한 가지 달라진 건 있다. 예전에는 안타와 타점 등 성적에만 목숨을 걸었다. 물론 프로선수라면 그게 맞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행복함을 느낄 것 같다.”


-의학적으로 ‘완치’ 진단을 받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


“대략 10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지금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5년 뒤 재발이 안 되면 그때부터는 ‘안정기’, 그리고 다시 5년 뒤까지 재발되지 않으면 완치 확진이다. 때가 되면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가서 검진을 받곤 해야 한다.”


-지금부터 10년, 적어도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으면 좋겠다.

“그럼 마흔 살 아닌가(웃음). 쉽지는 않겠지만 해보겠다. 당장 오늘부터 열심히, 재밌게 야구할 자신은 있다. 많은 분들에게 좋은 소식 전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 항암치료를 이겨낸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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